▲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현대사회에 있어 교통발전은 발전될수록 편하고 좋다. 그러나 그 역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사회의 모든 사항들이 풍선효과가 있듯이 교통 환경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우회도로는 복잡한(시골 면사무소 소재지나 복잡하지도 않지만)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새 도로를 내서 교통사고를 줄이고 소통을 원활히 하는데 그 주목적이 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이론과 실제가 안 맞는 경우도 있다. 이론은 그럴싸하고 좋은데 실제로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회신설 도로만 해도 그렇다. 신설 우회도로가 나면 그곳을 지나가는 차량들은 좋겠지만 그 지역(면소재지 상가 등)은 하루아침에 상거래가 죽는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많이 보아왔다. 우선 10여 년 전 개통이 됐던 남면 양덕원리(남면소재지)의 경우를 보자. 우회도로가 있기 전에는 우리 군 내에서도 시장이 활발하고 홍천군에서 홍천읍을 빼고 몇째 안 가는 호황의 면소재지였으나 우회도로가 개설되고 난 후 시장경기가 폭삭 죽어서 시장이 슬럼화되어 갔다. 지금이야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물론 우회도로가 직선화되면 장거리 여행자나 화물차 등 이용자는 편하다. 허나 신설 목적으로 지역의 균형발전 운운하면서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만든다면 그 지역 또한 황폐화를 만드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우리 홍천지역만이 아니다. 전국이 다 그럴 것이다. 서울서 동해안을 잇는 일반국도의 주변은 고속도로화 되면서 휴면도시가 된 곳이 많다. 홍천에는 남면(양덕원)이 그렇고 화촌면(성산)과 두촌면(자은리)이 그렇다. 균형발전은 커녕 슬럼화가 되어 폐허 직전에 이르고 있다. 혹여 사람들은 교통발전이 지역발전에 역행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교통이 발달되면 대도시는 유리하지만 소상공인의 시장과 중소도시(읍·면)는 죽는다. 춘천만 해도 그렇다. 전철이 개통되면 상경기가 좋아질 것이라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노인(65세 이상)들이 무료승차로 일일 관광을 와서 닭갈비와 막국수는 많이 먹고들 가지만 수도권과 일일생활권이 됨으로 해서 대학가 원룸층이 반으로 줄었다. 시민들도 교통이 좋아져 서울로 쇼핑을 많이 간다. 홍천만 해도 춘천에 가서 시장을 많이 본다. 왜냐하면 홍천에서 춘천을 왕복하는 교통비(자가용은 기름 값)를 빼고도 물건 값에서 더 많은 덕을 본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서석면의 우회도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도로가 난다니까 좋은 것이다. 굽은 도로와 비좁던 길이 훤히 뚫리고 자동차가 씽씽 달리니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혜택이지 진정 서석면소재지(상인) 사람들은 후회할 것이다. 왜냐하면 상경기가 죽기 때문이다.

시장을 관통하는 주도로가 복잡하더라도 시내를 중심으로 차량들이 통과해야 담배 한 갑이나 커피 한잔이라도 더 판다. 사람들의 심리는 눈으로 봐야 구매하고 싶은 욕망이 따르기 때문이다. 외부사람들이 시장을 지나 외곽도로를 타고 휙휙 지나가면 그야말로 시장거리는 한산해진다. 한번 죽은 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우리는 가까운 양덕원과 성산 자은리를 볼 수 있고 이웃 군인 인제군 신남면과 원통면을 볼 수 있다.

21세기 관광문화가 발달되고 그에 따른 교통망 신설이 중요한 마당에 웬 잠꼬대 같은 우회도로 신설에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하면 소생은 할 말이 없다. 허나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론을 바탕으로 현실이 설계되는 마당에 이론과 실제가 상이하다면 그 또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필자가 서석면 중심에 산다면 우회도로 개설은 반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찬성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서석면소재지의 슬럼화를 바라지 않기에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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