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요즘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를 보면 온통 과거사 들추기로 적폐청산 얘기뿐이다. 현 정권이 전 정권의 잘못과 전전 정권에 대한 잘못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물론 한 정권이 잘못한 게 있으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때가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세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핵실험 등) 등으로 어수선하고 특히 우리나라는 그 중심에서 가장 피해가 큰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국론이 적폐청산과 과거형으로만 뒤얽혀있어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정부를 기준으로 거슬러 4대 정권(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의 잘잘못을 모두 파헤쳐서 뭘 어찌하잔 말인가. 적폐청산 중 하나인 이명박 정권 때(2007~2012) 국정원에서 행했다는 부정선거의 한 방법으로 인터넷 댓글 지원 사건이 한창이다. 이제 와서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차라리 그 여력이 검경에 있다면 세월호 유 사장과 그 친인척의 재산 찾기에 더 열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과거로 자꾸 가다보면 제1공화국은 물론 제 2·3·4·5공화국 때까지의 부정을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 올라가면 광복 전 구한말과 동학난 조선 때까지 가야 할 웃지 못할 얘깃거리가 된다.

현재와 미래만도 벅찬데 전 정권이나 전전 정권까지 조사할 게 뭐 있나. 이건 한풀이 정치 밖에 안 된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무한하다. 5년 뒤 여·야가 또다시 바뀐다면 어찌 된단 말인가. 사람이 어렸을 때 기저귀 안 찬 사람 어디 있었겠냐. 또 변을 쌀 때 물X과 된X 가려서 싼 자가 있겠는가. 현재의 일을 하다가 과거와 연관된 사건이 발견되면 그것은 끝까지 추적해서 백일하에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밝혀내도 그렇고(국민에 도움이 안 되고) 안 밝혀내도 되는 그런 사건들은 덮고 가는 것이 나라를 경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한 가지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 중에서 전 정권 때(전전도 좋고)의 시책도 좋으면 반드시 끌고 나가야 한다. 정치 보복 차원에서 전의 정전권이 모두 나쁘면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것들이 물거품이 된다. 우리 스스로 무너지는 꼴이다. 즉 새마을운동 지원 중단 등이 그 대물림인 예다. 모든 사업 추진에는 장단점이 있다. 5천 년의 가난을 벗기 위해 벌린 새마을운동은 농촌주민운동이다. 처음엔 농촌의 개량에서부터 시작해 도시개발까지 했던 주민개벽운동이다. 세계의 빈국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배워가는 교육이기도 하다. 이 좋은 제도를 스스로 중단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필자의 지인들이 모이면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생각해도 운명을 다한 것 같다. 왜냐하면 세상사가 거꾸로 가기 때문이다. 국정을 이끄는 최고지도자는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했다. 백번 천 번 맞는 얘기다. 한데 이건 우리 쪽만의 얘기지 상대편에서도 과연 그런가. 전쟁은 상대적이다. 한쪽에서 안 한다고 해서 안 나는 게 아니다. 물론 손들고 항복하면 전쟁은 안 난다. 베트남식이다. 우리의 체제를 지키려면 어쩔 수 없이 대항해야 한다. 이기는 대항(전쟁) 말이다.

그러려면 상대의 힘(무기)보다 더 세든가 최소한 엇비슷이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핵무기는 절대 안 만들고 전술핵 배치도 안 한다고 한다. 동맹국(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평화를 찾겠다는 심상이다. 그 핵우산이 우리를 끝까지 지켜준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우리는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 핵을 만드는 원료인 농축 우라늄을 만들어 비축해야 한다. 한데 그 우라늄을 만드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 내지 폐지한다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고들 하지만 언행일치가 안 되고 있다. 나라는 풍전등화인데 과거의 잘못만 따지겠다는 정책은 삼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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