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가장 긴 추석연휴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일정상 징검다리 연휴였지만 정부에서 발 빠르게 임시공휴일을 결정하며 열흘이 넘는 추석연휴 기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어느 해보다 하늘과 조상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한가위 명절을 유익하고 보람 있는 명절로 보내야 한다.

이런 황금연휴를 통해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농경사회에서와는 달리 지식정보화시대에서는 가족의 구성이 철저하게 핵가족 중심이다. 부모와 자식의 2세대가 함께 사는 것도 아니고 아예 혼자 사는 1인세대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에 가보면 1인용 테이블이 꽤 많이 눈에 띈다. 혼자 오는 손님이 많다는 이야기다.

열흘이 넘는 긴 추석연휴를 이용하여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 ‘이웃사촌이 떨어져 있는 일가친척보다 좋다’는 말이 있지만 결코 맞는 말일 수는 없다. 그래도 피를 나눈 형제자매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의지할 수 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가족 간에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는 대화다. 가계의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조상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만든다. 흩어져 살며 경험했던 다양한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세대 간의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시간이면 더욱 좋다.

대화의 기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다.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말이 끊어지게 하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이다. 이야기를 듣고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말하며 상대를 이해시켜야 한다. 가족 간의 대화에서 아이들의 의견도 어른과 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가족 간의 여행을 통해 뜨겁고 끈끈한 가족애를 만든다.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외국이나 국내의 장거리 여행을 권하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문화유적지나 관광지 또는 먹거리를 찾아 하루 코스의 짧은 여행도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우리 고장 홍천에도 수타사 산소길을 비롯해 서석의 코스모스 꽃길 등 좋은 곳이 많다.

홍천에서 가까운 인근지역의 여행도 좋다.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동해안이 더 가까워졌고 수도권도 여전히 한 시간 대면 충분히 갈 수 있다. 평소 가보기 어려웠던 곳을 찾아 당일로 여행을 다녀온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여행 중에 충분한 대화가 가능하며 여행 후에도 진한 감흥이 남게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 고장에는 없지만 박물관을 다녀오는 방법도 있다. 직계의 조상님들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한 민족이고 보면 이 땅에서 살아 온 모든 분들이 우리의 조상님들이다. 원시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삶의 족적을 살펴보면서 미래에 대한 삶의 방향을 추측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 감상 시간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영화감상이다. 영화의 경우 반드시 영화관에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좋은 영화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조금 격을 높이면 도회지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 음악회나 미술 전시회를 찾는 것도 좋다.

우리 주변에는 긴 추석연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먼저 외국에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들이다. 명칭이나 방법 그리고 시기는 달라도 나라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은 있게 마련이다. 한국에서의 추석을 맞아 고향생각에 우울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도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고3 학생들도 이번의 긴 연휴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미 수시원서를 접수시키고 있는 고3 학생들은 전형방법에 따라 수능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도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기준 등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석기간 내내 책과 씨름을 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의 고통도 이해하는 긴 추석연휴가 되길 소망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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