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연
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1팀 순경
‘paradigm(패러다임)’이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나 사물에 대한 이론적 틀이나 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패러다임에 따르면 소년법상 만10세 이상 만14세 미만은 ‘촉법소년’이라 하여 형사처벌은 면하고 사회봉사·보호관찰 등 보호처분을 받으며, 만14세 이상 18세 미만은 ‘범죄소년’이라 하여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소년법원으로 이송하여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만18세 미만으로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징역 15년 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여중생 A(14) 등 3명이 공사 자재와 유리병 등으로 피해 여중생을 100여 차례, 약 1시간 30분 동안 폭행한 ‘부산 피투성이 여중생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 일부가 만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면하자 소년법 폐지 또는 개정 요구에 불이 붙어버렸다.

이외에도 대전에서는 체육고등학교에 다니는 여고생이 체육중학교에 다니는 후배에게 2.5kg 바벨과 투포환으로 폭행하고 욕설한 사건, 강릉에서도 10대 6명이 또래를 무차별 폭행한 사실 등이 모두 최근에 알려진 ‘학교폭력’의 현시점이다.

누리꾼들은 ‘성인 뺨치는 범죄’,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어리다해서 피해의 결과가 달라지진 않는다’, ‘보호받을 걸 알고 악용하는 청소년은 보호할 필요가 없다’ 등의 의견을 표출하며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은 폐지해야 합니다”라는 청원운동이 진행 중(2017/11/2 마감)이다(청소년을 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하자는 ‘청소년보호법’과 미성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규정한 ‘소년법’을 헷갈린 것 같지만 청원 개요 정황상 소년법 폐지를 청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어른들은 지금까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 발로 뛰며 충분한 노력을 해왔다. 끊임없이 홍보하고 교육했으며, 교육부에서는 Wee센터, 여성가족부에서는 CYS-net, 경찰은 SPO를 통해 학교폭력 신고센터 117을 운영했다. 학교 또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시 ‘선도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경찰·교사·의사·변호사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형사처분 및 선도 방향을 결정하는 등 이외에도 많은 기관이 힘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은 점점 지능화·잔인화·흉포화·집단화되고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포장지 안에는 ‘범죄’라는 것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어른들은 일찍이 ‘범죄’임을 직시했어야 했는데 ‘청소년이니까.’, ‘아직 자라나는 아이들이니까’라는 생각으로 ‘학교폭력=범죄’라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어른들은 지금까지 학교폭력은 ‘예방’이 중요하다 해왔으며 피해자 위주의 후속조치만 우선시해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예방하기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로 번지고 있으니 각계 여러 인사·전문가들 또한 ‘소년법’ 개정에 대해서 공감의 표시를 하고 있다. 당장 극단적인 폐지는 어려울지 몰라도 형사처벌의 특례를 받는 연령을 낮추거나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학교폭력’으로 국한하기보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나와 여론의 의견을 수렴하여 ‘청소년범죄’에 대한 타계점을 찾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도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