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올해로 한국경제의 최대 위기였던 IMF를 당한지 20년이 되는 해다. IMF는 국가외채의 과다로 금융위기와 국가채무 부도로 국제사회의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하는 세계경제 전쟁에서 패망한 것을 말한다.

1997년 필자는 IMF선포 1년 전 금융기관에서 퇴직했다. IMF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국내의 금융기관이 부실여신(대출금)을 과다하게 안고 있다가 기업이 부도를 내자 은행자체가 외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가 난 것이다. 모든 은행과 제2금융권이 IMF를 당했지만 그 한 예를 들자면 당시의 제일은행 같은 경우다.

국내의 대기업에 엄청난 자금(자기자금 한도초과) 즉 많은 돈을 빌려줬으나 못 받았고 반면에 외국에서 빌려온(융자받은) 외자(달러)를 갚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전 은행이 부도가 나다시피 해서 한국은행에 비치한 외환보유가 바닥을 보이게 됐다.

지금이나 그 당시나 한국은 수출로 경제를 지탱했는데 상품 값을 치룰 외환이 없는 것이다. 국가(당시 김대중 정권)는 국제통화기금에 외환요청을 하고 그 조건은 국제통화기금이 원하는 대로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수년간 한국경제는 멍들기 시작했고 알짜 기업들(은행 포함)이 국제통화기금에 농락될 수밖에 없었다.

외환의 금리는 몇 배에 달했고 그 결과로 제일은행을 위시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외국자본들 수중으로 들어갔다. 지금도(은행명은 바뀌었지만) 자본의 상당수가 외국인들에게 가있다. 즉 회사의 자산을 이루는 주식이 신한은행이나 현대캐피탈 같은 곳은 90%가 외국자본(일본)으로 구성돼있다.

만약 그들(일본이나 미국)이 일시에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난다면 한국경제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것이다. 민족자본이라 자처하던 kb국민은행도 사실은 50%이상이 일본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CU같은 편의점은 완전 일본자본이며 포스코나 삼성 LG SK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도 외국자본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IMF는 언제부터 왔는가. 항간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IMF의 주범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랫동안(30년) 금융기관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필자가 볼 때는 어느 한 대통령의 잘못으로 IMF가 온 게 아니고 과거 정부부터 외채를 많이 끌어온 게 근본원인이고 이중에는 이자가 비싼 악성 외환대출이 많았던 것이 주원인이라 하겠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공업화와 산업화를 위해 5개년 경제계획 두 번과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환(외채)을 많이 들여온 게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를 거쳐 김영삼 정부까지 왔고 김영삼 대통령 때 금융실명제(모든 은행 업무를 본인 실명으로 해야 함)를 실시함으로써 지하 금융이 동결되고 많은 차명계좌들이 양성화됨으로써 한국의 경제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IMF가 난 것이지 김영삼 대통령 5년 임기 내에서만 발생된 것이 아니다.

IMF 때는 일시적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을 전개했고 이를 기초로 김대중 정부 때는 IMF를 벗어나고 제2의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시 3대 대기업(현대 삼성 대우) 중 대우그룹이 IMF의 외환위기를 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됐으며 김우중 총수는 빚더미에 올라 재산은 환수되고 지금은 베트남 등 동남아를 떠도는 불우의 경제인이 되고 말았다.

경제는 긴 여정 끝에 성장을 하지만 낙후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경제의 법칙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선두로 수출의 비중이 큰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나라를 운영하는 관료들께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경제정책을 잘 꾸려나가서 다시는 이 나라에 IMF 같은 외환위기가 오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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