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연
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순경
“2개월, 3개월 계약 연장해주면서 이러니 매번 보름만 참자. 한 달만 참자. 하다가 2년이었네. 원장이 나쁜 소문내겠다고 협박했대요. 간호조무사라 평판 나쁘면 일 구하기 힘든데...” MBC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나온 대사다. 비정규직 간호조무사인 차윤희(극중이름)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빈번한 성추행과 강간을 한 성형외과 원장 주윤창(극중이름)의 에피소드를 담은 내용이다.

위와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업주와 아르바이트생, 직상상사와 부하, 고용주와 피고용주, 스승과 제자 등 다양한 ‘갑을관계’을 악용한데서 이루어진다.

단순 신체 접촉을 통한 성추행부터 고용여건을 조건으로 한 성추행까지 있으며 본인은 추행의 고의 없이 친근감의 표현이라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상대방이 그 행동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의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직장 내 성추행의 가해자 처벌은 어떻게 될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간음까지 이어졌다면 형법 제303조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을 수립하면서 그 첫번째 과제로 ‘여성폭력 근절 100일 계획(7/24~10/31)’을 추진했다. 특히 9월1일~10월31일 사이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집중신고 기간이며, 피해자의 어리숙한 대응이 가해자의 성범죄를 더 부추길 수 있어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에게 관심을 갖고 피해자들의 능동적인 신고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열띤 홍보와 적극적인 대응에도 여전히 ‘을’은 불안하다. ‘갑’의 위치에 있는 가해자에 맞서봤자 처벌은 솜방망이 일 것 같고, 또 다시 직장에서 마주칠지도 모르는 걱정과 혹은 ‘유별나다’라는 시선과 본인에게 돌아올 보이지 않을 부당한 차별이 두렵기 때문이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변태 같은 ‘갑’의 범죄가 근절 되려면 성교육의 필요성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범죄’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확실하고 무거운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사간의 사내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행복한 직장, 오래 다니고 싶은 직장 문화를 만들어 성범죄가 근절되고 경찰의 치안정책이 이에 도움 되는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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