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켜기가 무섭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뉴스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패륜아가 천륜을 저버린 죄, 묻지마 폭행, 데이트 폭력, 사제 간의 성폭력 등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사건 사고가 하루도 쉬지 않고 전파를 탄다.

특히 요즘 뉴스는 귀로만 듣는 뉴스가 아니라 실시간 동영상으로 현장을 보는 텔레비전 뉴스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충격적이다. 차라리 눈으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아닐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라도 가능하지만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염려다.

흉악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성교육의 실종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지식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인성교육의 기반이 되는 가정교육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가정교육의 출발은 밥상머리 교육이다. 그러나 한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 한번 같이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에 홍천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홍천고등학교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홍천향교가 발 벗고 나섰다. 지역의 어른으로서 향토와 나라의 미래인 인재들을 반듯하게 키우는데 일익을 담당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전교님을 비롯해 향교 관련자 모두 흔쾌히 참여를 약속해주셨고 지난주 학교와 인성교육 협약식을 가졌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참여해주실 분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소정의 강사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분들로서 이미 자녀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킨 연륜이 쌓인 분들이다. 또 다른 자식을 키운다는 정성과 사랑으로 강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청소년의 인성교육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요즘 아이들 다루기가 정말 쉽지 않다. 스스로 교직을 전문직이라고 말하는 학교 선생님들조차 아이들 앞에서 교육하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비전문가이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열정을 발휘하는 강사님들 모습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가정이 있을 터인데 기꺼이 미래를 위해 인성교육에 참여하는 강사님들께 감사와 찬사를 보내드린다.

향교에서 실시하는 열 시간의 인성교육은 기본생활습관 지도에서부터 시작한다. 예절교육, 질서 지키기, 웃어른 공경하기 등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를 배우게 된다. 이해와 양보, 배려 등 사회성을 함양해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적 포석도 깔려 있다.

학교 교육의 최 일선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 이전에 송구하기 짝이 없다. 마치 학교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 교육은 온전히 학교만의 몫이 아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우리에게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홍천고등학교는 학교의 교육목적이 상급학교 진학에 있는 학교다. 어떻게 해서든 한 문제라도 더 맞추고 수능성적의 등급을 올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력을 키워주어야 하는 학교다. 하지만 대부분이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실정이므로 학교 생활기록부와 학교의 교육활동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향교에서는 소정의 과정을 모두 이수한 학생들에게 성균관장 명의로 이수증을 발급해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학생임을 인증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에 등재해 학생들에게 스펙으로 제공해줄 계획이다. 인성교육도 받고 대학 진학에 필요한 스펙도 만들게 되는 이중의 효과가 담겨 있다.

이번 향교에서의 인성교육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학교와 함께 해주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의 학생들을 남의 집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홍천의 미래가 밝아 보이는 이유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