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이야기-46-

 

▲김덕만 박사(정치학)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국토교통부 청렴자문위원회 위원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이 일부 있는 가운데 법 원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참고로 필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보책임자로 7년간 봉직하는 동안 김영란 전 위원장과 함께 한동안 일한 바 있습니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집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풀빛 펴냄)’를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왜 선물규정 등을 상한조정하면 안 되는 지를 발췌 소개합니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그런 규정을 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그때까지는 손을 안대는 게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5·10’ 규정을 계속 문제 삼는 데에는 ‘법에 문제가 많아서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농·축·수산업 등이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침체를 겪는다는 주장에도 “한우나 굴비도 1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직무와 관련 없이 받는 것은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잘 안돼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지금도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는데 이를 더 완화한다는 것은 직무관련자에게도 선물할 수 있게 하자는 말이 되는 것”이라면서 기준금액의 상향 조정에 반대의 뜻을 재차 밝혔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청탁이 만연하고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몸소 겪고 목격했다면서 “부정한 청탁을 개인 능력이 아닌 시스템으로 막자는 생각에서 이 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깟 밥 하나 먹는 것 가지고 정도 못 나누고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깟 밥 한 끼가 발목까지, 결국 목까지 잠기게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규정을 만들어 지키게 할 필요가 있지요.”
청탁금지법은 원안에서 부정청탁의 큰 개념만 정의했으나, 입법 과정에서 15가지 유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통과된 법은 법에서 정한 15가지 유형만 부정청탁이 되는 것”이라면서 “부정청탁의 정의를 나열식으로 유형화하고 조항마다 ‘법령을 위반하여’라고 한계를 그은 부분은 시급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서는 “이 법이 있었다면 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면서 “예컨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은 부정한 청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업이 차악을 선택하지 않고 (정권 등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시스템이 있다면 기업이 강요에 의한 것처럼 변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거대한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원래 법의 명칭을 ‘공직자의 사익추구방지법’으로 생각했다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당초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서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 방지가 한 덩어리가 돼야 한다는 판단이었으나 ‘공직자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해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한다’는 조항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통째 빠졌지요.

아쉬움을 표한 김 전 위원장은 “사익과 공적 가치가 충돌하는 부분은 투명하게 모든 규정을 공개해서 사람들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에 왔습니다. 이는 ‘금수저’를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수축협 부문 관계자들이 보실 때 좀 이해가 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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