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2-50]

흐드러진 꽃은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 보았던 꽃과 집안에서 보았던 꽃의 느낌은 다르다. 그윽하게 풍기는 암향은 더욱 다르다. 다정한 스님 깊은 염원을 담아 염불하면서 치는 목탁소리를 받아 피어난 꽃은 더욱 깊은 향을 풍긴다. 그래서 꽃의 진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고찰을 찾았던 것이 선현들의 생각이었다. 봄이 무르익어서 옛적에 찾던 절을 다시 찾아왔더니, 산이 깊어 무거운 문에 찾는 이가 드물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古寺尋花(고사심화) / 최낭
화창한 봄 고승 절에 제비가 나르고
깊은 산에 무거운 문 찾는 이 드문데
꽃 찾다 꽃은 다 지고 마음 아파 돌아가네.
春心古寺燕飛飛 深院重門客到稀
춘심고사연비비 심원중문객도희
我正尋花花盡落 尋花還爲惜花歸
아정심화화진락 심화환위석화귀

꽃 찾다 도리어 꽃으로 마음 아파 돌아왔네(古寺尋花)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최낭(崔娘)으로 알려지는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이 무르익어 옛적에 찾았던 절을 제비가 다시 찾아왔더니 / 산이 깊어 무거운 문에 찾는 이가 드무네 // 나는 바로 꽃 찾아왔는데 꽃은 다 지고 없고 / 꽃 찾다 도리어 꽃으로 마음 아파 돌아왔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옛 절에 올라 꽃을 찾다]로 번역된다. 지난해 봄에는 임과 함께 꽃을 감상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는데, 금년 봄에는 임과 헤어지거나 멀리 보내고 감상했기에 마음을 상했을 수 있다. 작년 이맘때 꽃을 찾을 때는 개화의 한 철이었는데, 금년엔 이미 꽃이 지고 없는 쓸쓸함에 마음 아플 수 있다.

시인은 제비를 의인화하면서 자신과 대비해 보는 시상을 떠올리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에 기분 상쾌했었는데, 금년에는 마음 상했음이 시적인 동기로 치환시킨다. 봄이 무르익어 옛적에 찾았던 절을 제비가 찾아왔는데, 산이 깊어 무거운 문에 찾는 이가 드물다는 무게 있는 시상 한 줌을 가만히 떠올리고 있다. 제비와 자신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한 자기 합리화 순서리라.

결구에서 시인이 화자의 입을 빌어 밝히고 있는 시상은 이중구도二重構圖를 보이고 있다. 나는 바로 꽃 찾아왔는데 꽃은 다 지고 없어서, 꽃 찾다가 도리어 꽃으로 마음 아파 돌아왔다는 애매성이란 시상이다. 시가 되기 위해선 애매성에 존재임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은 독자의 공감을 얻기에 성공한 경우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위의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옛적 절에 제비 찾고 무거운 문 찾지 않고, 꽃을 찾았는데 꽃은 지고 마음 아파’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최낭(崔娘:?∼?)이란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春心: 봄. 춘심. 古寺: 옛절. 燕飛飛: 제비기 날아오다. 深院: 절이 깊다. 산속 깊은 곳에 절이 있다. 重門: 무거운 문에. 客到稀: 지나는 손님이 드믈. // 我正: 나는 바로. 尋花: 꽃을 찾다. 花盡落: 꽃은 다 떨어지다. 尋花: 꽃을 찾다가. 還: 도리어 爲惜: 애석히 여기다. 花歸: 꽃으로 돌아오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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