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학생들의 방학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두 달여의 긴 방학이지만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겨울에 비해 짧다. 특히 예전과 달리 학교 수업일수에 의해 학기가 구분되면서 여름방학을 1주 또는 2주 정도로 줄이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이 경우 추운 겨울방학을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주 방학 중인 학교나 학부모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사고가 있었다. 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이 타인의 운전면허를 습득해 승용차를 렌트해서 운전하다가 차량이 전복되어 한명이 사망하고 두 사람이 크게 다치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한창 행복한 꿈을 꾸어야 할 꽃다운 나이에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사고를 일으키고 사망을 한 것은 청소년들이지만 이 사건의 배후에는 어른들의 잘못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귀한 자녀를 잘 관리했어야 한다. 친구들끼리는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차량을 렌트해 운전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임에도 탑승을 했다. 방학이라고 친구들끼리 어울려 다니는 것을 막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에서는 만19세가 되어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최근에 면허 취득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운전면허 취득 과정이 어렵지 않다. 젊은이들이 운전석에 앉으면 과속이 기본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 속도를 내는 것을 운전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과속을 하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이 높다.

운전 기술은 경험의 축적이 매우 중요하다. 운전면허가 없는 청소년들이 평소에 운전을 해 봤을 리가 없다. 운전에 따른 조작 능력이 어설펐을 것이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것이 너무나 뻔하다. 또래 친구들과 여럿이 동승을 했으므로 주의 집중력이 떨어졌을 것 또한 너무나 자명하다.

요즘 부모들 가운데에는 덩치가 큰 중·고등학생 자녀들에게 일부러 운전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다 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동차 시대를 살아가야 될 터이니 조기에 가르쳐 주자는 깊은 뜻도 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19세 이상이 되어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규정해 놓은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여러해 전 필자에게도 아픈 경험이 있다. 교감 시절 고3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이 생기자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부모의 차를 운전하다가 차가 전복이 되어 한꺼번에 세 명의 학생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이 경우 운전면허 취득을 한 상태였으나 음주운전이 문제였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이므로 돈의 사용처에 대해 부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모습이다.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얼마의 돈을 벌었으며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부모와 상의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어른이 챙겨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므로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 중 하나다. 네가 벌었으니 네가 마음대로 알아서 쓰라고 하는 것은 책임 있는 부모의 자세가 아니다. 꼭 필요한 곳에 돈을 가치 있게 쓸 때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저축하는 습관도 어려서부터 길러 놓아야 한다.

아직 방학이 끝나지 않았다. 귀중한 자녀가 방학을 건강하고 유익하게 보내고 있는지 한번쯤 중간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덥다고 물에 뛰어드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수상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최근 장맛비로 인해 홍천강의 수심이 평소보다 깊어졌다. 물가에 갈 때는 친구들과 동행해야 한다. 혼자 가서는 위험 시 구조해 줄 사람이 없다. 요즘 청소년들의 특성은 중·고등학교 학생만 되어도 덩치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녀들의 덩치를 보면서 다 컸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건강하고 반듯하게 성장하도록 챙겨주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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