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사람은 언젠가는 결국 혼자 살게 된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살든가 아니면 독신으로 평생을 살든가 간에 맨 끝에는 혼자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선은 그렇단 말이다.

몇 해 전 필자의 주변에 80대 중반의 할머니가 며칠 앓지도 않고 갑자기 사망했다. 모두가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고 편히 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후 그 할머니의 남편이 일주일 후 역시 저세상으로 갔다. 부인을 따라간 자연사다. 두 노인이 살다가 부인이 먼저 가고 한주일 뒤에 남편도 부인을 따라간 것이다. 두 분 다 건강하게 사시다가 팔십대 중후반 나이에 작고한 것이다.

할머니는 60대 중반까지도 자기 일(보험설계사)을 하며 건강하게 살았고 그의 남편도 역시 그러했다. 두 분 다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 사회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하는 지도자로 성장시켰다. 이런 분들은 아주 드문 경우다.

독거노인들의 대부분은 어느 한쪽이 사망하면 대부분 수년 동안 혼자 살고들 있다. 물론 필자의 주변 지인들도 부인이 사망하고 혼자 살다가 몇몇은 재혼을 해서 초혼 못지않게 단란하게 살고들 있다. 속내는 모르지만 겉으로 보기엔 아주 좋아 보인다.

한 지인은 4~5년 전 상처를 하고 지금은 재혼의 터널을 거뜬히 빠져나와 잘살고 있는데 초혼 이후 네 번 만에 찾은 행운이라고 한다. 처음에 재혼얘기가 있을 때는 자녀들의 극심한 반대에 처했다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지금의 재혼 아내를 맞았는데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하다고 한다. 그 지인의 처음 결혼식 때 참석하고 그 옆에서 50여 년 간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행복하게 잘산다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또다른 선배 한분 역시 부인의 사망 후 재혼을 했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부부로서 지속하지 못하고 부인이 몇 년 만에 본남편의 아이들 옆으로 갔다고 한다. 요즘은 팔순이 넘었는데도 취미생활하고 새로이 여친이나 이웃에 두고 황혼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부모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 학교생활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사는 것이 일상의 한 과정인데 이것을 벗어나면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고 기대수명 또한 90을 넘고 있다. 독신자는 그렇다 치고 결혼한 부부는 한날한시에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수 년 전 모 방송인(행복전도사 강사)의 말로는 이 세상에 행복을 전도한다며 몇 년 간 방송을 하더니 정작 본인 내외는 어느 시골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기도 했다. 이렇게 기획된 종말이 없는 한 한날한시에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만 있지 실제로는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 혼자 산다는 것은 힘들다. 외롭고 고독하고 보람도 없고 삶의 의미 또한 미미하다. 그렇지만 어찌하리. 세상사가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닐진데 말이다. 며칠 전 신문에 우리나라 암 치료의 최고인 의사 한분이 77세로 사망했다. 그는 항암약물을 최초로 개발해 많은 인명을 구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명의로 소문난 의사다.

둘이 살다가 어느 한쪽이 저세상으로 가면 남은 자는 속죄와 후회와 연민의 정으로 대부분 남은 세상을 살게 된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런 분위기다. 자식들이야 다 커서 제 살림 차려 떠나가고 결국은 혼자다.

딸 아들이야 살아있는 어느 한 쪽의 부모에게 측은한 마음으로 잘 대하겠지만 그네들의 인생과 남아 있는 어느 한쪽의 인생을 그들이 대신 해줄 수는 없는 거다. 이 세상의 많은 싱글맨들이여! 혼자라고 기죽지 말고 더 열성적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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