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 끝에 장마철이 시작됐다. 지난주 우리 고장 홍천에 집중 폭우가 쏟아졌다. 다행스럽게도 재산상으로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지만 인명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폭우로 인한 장마나 태풍 등의 피해는 자연재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피해를 확대시키는 것은 자연재해라고만 한정해서 볼 수는 없다.

이제는 제법 오래된 기억이지만 인제 한계령 계곡에서 장마의 산사태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있었다. 한 마을 전체가 수마에 휩쓸려 흙더미에 묻혔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대형 장마였다. 집중 호우로 발생한 자연재해였지만 청정 계곡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이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인재라는 분석도 있었다.

자연재해 중에서도 특히 장마의 물 흐름 방향이나 속도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첨단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서도 인위적으로 물의 방향을 틀거나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쉽다. 하지만 장마로 인한 물줄기는 순리대로 흐르게 마련이다. 이를 거역했을 때 대형사고로 발전하는 것이다.

장마의 폭우가 동반하는 대형사고 중 하나가 산사태다. 요즘은 산림이 우거져 과거 민둥산일 때처럼 산사태가 자주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나 도로 등을 뒤덮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산을 푸르게 잘 가꿔야 하는 산림녹화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최근 산을 개발해서 펜션 단지나 집을 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주의고 자본주의 나라로서 내 땅에 내가 집을 짓는데 웬 참견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수 있다고 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계곡 산 밑에 지은 건축물도 위험하지만 산 중턱을 개발해 집을 지은 모습은 자연경관을 해치기도 하고 장마에 절대 취약하다.

서울 등 수도권의 인구 밀집 지역은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은 산을 개발해서 집을 짓지만 강원도나 우리 고장 홍천 같이 인구가 많지 않고 넓은 지역에 굳이 산허리를 파내고 집을 지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요즘 저 곳에 어떻게 허가가 났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건축물들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앞으로 산을 개발해 집을 짓는 행위는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산속에 집을 짓는 것은 신선한 공기로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산사태로 인한 대형 피해 사례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환경영향 평가 등 허가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안전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고장에서는 이번 장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다. 하지만 위험 요인을 안고 불안하게 살아갈 이유가 없다. 자연재해는 물론 각종 안전사고도 예방이 최우선이다. 피해 발생 후 대응조치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겠지만 재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방책을 마련하는 예방이 중요하다.

현대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상기온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이번 장마는 가뭄을 해갈해 주는 정도로 비가 와서 다행스럽게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언제 어느 지역에 어떻게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최근의 폭우 형태를 보면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물을 쏟아 붓는 듯한 모습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천은 오래전부터 조상대대로 면면히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살기 좋은 터전, 약속의 땅이다. 정부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4차 혁명의 시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물 맑고 공기가 신선한 홍천의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조상이 물려준 땅이 아니라 후손들에게서 빌려서 쓰는 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장차 대한민국의 허브가 될 청정 홍천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산을 파헤치고 집을 짓는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이상기온현상의 주범은 자연의 파괴가 큰 원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폭우 등 장마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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