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2-44]

타향에 살고 있으면서 일이 바쁘다 보면 자칫 고향을 잊는 수가 있다. 친자와 한 잔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울컥 고향을 떠올리는 수가 많다. 속 깊은 애향심이다. 명절이 돌아온다거나 고향을 찾는 인편이 있으면 고향 소식을 전해 달라는 간곡한 바람을 한다. 고성 땅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 사제(아우)에게 보낸 편지다. 눈 들어 강산 바라보니 아득하고 아득하기만 한데, 집에서 온 편지를 읽으니 너무 반가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在固城寄舍弟(재고성기사제)[1]  독곡 성석린
강산을 바라보니 아득히 아득한데
집에서 보낸 편지 너무나 반가워서
온종일 부모님 생각 아우생각 뿐이네.
擧目江山深復深 家書一字抵千金
거목강산심복심 가서일자저천금
中宵見月思親淚 白日看雲憶弟心
중소견월사친루 백일간운억제심

깊은 밤 달을 보니 부모님 생각 더욱 나고(在固城寄舍弟)로 제목을 붙여본 율의 전구인 칠언율시다. 작자는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1338~1423)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눈 들어 강산 바라보니 아득하고 아득하기만 한데 / 집에서 온 편지를 읽으니 너무 반가웠어라 // 깊은 밤 달을 보니 부모님 생각나고 / 대낮에 구름 바라보니 아우 생각 간절하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고성에서 집에 있는 아우에게(1)]로 번역된다. 시인 독곡이 고성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던 모양이다. 아우가 보내온 편지에 대한 답신이다. 고향에 갈 수는 없고 부모님을 모시고 있을 아우에게 보낸 문안 편지다. 부모님을 위한 헌수獻壽를 드리는 순간이었겠다. 시인의 시상은 계절적인 인사이지만 유교 사상에 젖었던 조선 특유의 윤리관이 흐른다. 눈을 들어 강산을 바라보니 고향집은 아득하고도 아득하기만 한데, 고향 집에서 온 편지를 받아보니 반가웠다는 시상이다.

화자는 편지를 받고난 이후 사향思鄕에 꿈길에서 부모님과 아우 생각에만 젖었겠다. 깊은 밤 달을 보니 부모님 생각이 더욱 간절하고 대낮에 구름을 바라보니 아우 생각 간절하다. 달과 구름을 부모님과 아우로 치환시킨 멋을 부리고 있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상은 [두 눈이 어두워 봄 안개 낀 듯 보이지 않고 / 늙은 머리 비녀 꽂음에 새벽 서리 차갑네 // 봄바람은 시름은 알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 푸른 나무 앵무새 소리 숲 속에 가득하네]라고 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강산 보니 아득한데 고향 편지 반가워라, 깊은 밤엔 부모 생각 대낮 구름 아우 생각’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독곡(獨谷) 성석린(成石璘:1338∼1423)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다. 전리총랑으로 승진하였다가 신돈과 대립하여 해주목사로 좌천되었던 인물이다. 뒤에 성균사성, 밀직대언으로 발탁되었고 지신사로 승진하였다가 우왕 초에 밀직제학으로 임명되기도 하였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擧目: 눈을 들다. 江山: 강산. 深復深: 깊고 또한 깊다. 家書: 집에서 온 편지. 一字: 한 글자. 抵千金: 천금을 밀어내다. 천금보다 귀하다. // 中宵: 깊은 밤. 見月: 달을 보다. 思親淚: 어버이 생각에 눈물이 나다. 白日: 대낮. 看雲: 구름을 보다. 憶弟心: 아우들 생각이 나다. 혹은 간절하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 한국문인협회 회원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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