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홍천은 영서북부지역에 위치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다. 그런데도 안보전시장이 한곳도 없다. 지역적으로 봐도 땅 면적이 제주도만 하고 군단위 면적으로는 전국에서 제일 크다. 인근 인제나 양구 화천 철원 춘천 등에는 야외 전시장과 실내 전시관이 있어 시·군민은 물론 학생들에게 직접 눈으로 보는 안보교육을 하고 있는데 홍천은 없다.

우리 옛말에 열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춘천만 하더라도 안보야외전시관이 몇 군데 있다. 옛 춘천역 근처와 삼천동의 안보회관 야외광장에 퇴역한 비행기와 탱크 등이 전시돼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산교육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철원에도 임꺽정공원 앞 광장에 정찰기를 두 대나 전시하고 횡성군민문화예술회관 앞에도 한국 최초의 젯트기인 호주기(전투기를 그렇게 불렀다)를 전시했다. 화천은 어떤가. 실내 전시관에 6.25 한국전쟁 과정을 실물로 만들어놔서 실감 있게 관찰하게 돼있다.

요즘 항간에 홍천종합박물관 건립 소식이 있다. 이참에 안보전시관도 곁들여서 잘 꾸며놓는다면 좋겠다. 물론 야외와 실내로 구분해서 기왕에 건립하는 것 근사하게 홍천박물관을 지었으면 한다. 홍천은 군사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보병교육사단이 있었고 현재는 기계화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6.25 한국전쟁 이전부터 군부대가 주둔한 곳이다.

한국전쟁 직전에는 일부 불순한 장교들에 의거 국군 수백 명이 야간훈련을 빙자해 북한으로 월북했던 역사적 사건도 있었고 화촌면 야시대리에서는 역시 전쟁도발 직전 북한군의 수색대와 한국 대한청년단의 전투로 수십 명의 생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6.25 남침전투로 두촌면 철정리 말고개 육탄 11용사의 장렬한 전사는 이곳에 세워진 충혼탑이 말해주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육탄용사들이 수류탄과 화염병으로 적의 탱크를 육탄으로 막고 전사했는데 그 참여 군인의 숫자가 일부 엇갈리는 증언이 있어 흔쾌히 말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이 전투에 참여했다 산화한 국군장병들의 숫자는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오직 조국을 위하여 젊은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영웅대접을 받아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충혼탑이 현재 군부대 관리 내에 있기 때문에 참배를 하려해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자유롭게 참배해서 그 젊은 얼들을 위로했으면 한다. 말고개전투는 우리나라 6.25 한국전쟁 초기 전국에서 북한군과 싸워서 이긴 승전전투 중 세 번째 안에 드는 승리전투다.

안보전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만들수록 좋다. 그렇다고 졸속으로 해서는 안 된다. 늦게 시도되는 만큼 규모와 내용도 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 홍천지역에도 여타 군과 같이 각종안보단체가 많다. 우선 전통적으로 가장 오래된 단체로 자유총연맹이 있고 재향군인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민족통일홍천군협의회 평화통일위원회 고엽제피해단체 파월군단체 해병전우회 안보연합총단체 등등이 있다. 이 많은 단체장들께서 앞장서서 안보전시관을 만들었으면 한다.

홍천은 안보전시에 진열된 각종무기 중 특히 전차나 대포 장갑차 등 폐기되는 군장비들이 많을 게다. 이것들을 장기임대하면 된다. 국방부(사단)에서는 아무리 구형 내지 퇴역군수물자도 판매는 하지 않고 장기 또는 영구 임대를 한다고 한다. 우리 향토사단에서 보유했던 폐기장비와 1군사령부 또는 국방부의 협조아래 비행기와 적군(인민군 중공군)들이 사용했던 무기들도 진열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하루속히 안보전시관이 건립돼서 살아있는 교육의 장소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