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정 없이 당선 즉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조촐하게 취임선서를 했지만 최근 소통을 위해 광폭행보를 나고 나섰다. 불통의 이미지로 가득했던 ‘박근혜 학습효과’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이 취임 초 보여준 모습과는 생소한 것들이어서 신선하게 느껴지며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 말단 직원들과의 식사, 취재 기자들과의 산행, 주민들과의 셀카 촬영, 페이스북 댓글 등 권위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다가가 국민과 소통하려고 하는 모습이 읽혀진다. 1회성이나 보여주기 식의 모습이 아니라 진정성이 묻어나는 소통의 방법이어서 신뢰감이 높아진다. 임기 내내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초에는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니 첫 부녀 대통령 탄생이니 하는 수식어를 달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그 당시 지금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예측하거나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초라한 실패한 대통령의 처지가 돼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마지막은 불행으로 끝나곤 했다. 대부분이 친인척들의 부정에 의한 불행이어서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크게 염려하지 않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도 동생들을 만나주지 않는 등 철저하게 외면하면서 가족 관리에 만전을 기했지만 결국 측근에 의해 불행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친인척은 물론 측근들의 광범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상대후보로부터 ‘친문 패권주의’라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 패권주의란 권력을 공유하기 위한 패거리를 말한다. 따라서 싫든 좋든 대통령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이 측근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대통령이 깨끗하고 낮추고 소통을 해도 측근들이 권력을 탐하고 권위를 세우게 되면 자칫 앞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논공행상을 따지는 문화가 있다. 우리고장의 전설로 남아 있는 이괄 장군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을 옹립하는데 앞장섰으나 논공행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접을 받은 것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선 사람들은 나름 보상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측근들부터 마음을 비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헌정 사상 스무 번째 대통령을 맞이하는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진보니 보수니 중도니를 떠나 모두 한 마음으로 성공한 대통령을 갖고 싶어 한다. 왕이 통치하던 나라에서 성공한 민주주의가 쉽게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제대로 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

모든 일에서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권력의 맛에 빠지게 되면 초심이 흔들리고 결국 잃어버리게 되어 타성에 젖게 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다. 수시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을 하는 것이 초심을 유지하는 방법이며 쓴 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때 초심이 유지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40%를 넘기며 당선이 됐지만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20% 유권자를 포함해 유추해 보면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의 지지로 당선된 셈이다. 따라서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을 생각하면서 30%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소통해야 한다.

소통하면 만사형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최근 대통령이 실시하고 있는 티타임 갖기, 식사, 셀카, SNS 등의 다양한 방법도 좋고, 아날로그방식이지만 논두렁에 걸터앉아 농부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박정희식 소통도 좋은 소통 방법이 될 수 있다.

취임초기의 대통령 스킨십이나 새로운 소통의 방법에 환호하기보다 끊임없는 소통으로 통치를 마치고 5년 뒤 청와대를 나오는 성공한 대통령의 모습에 환호하고 열광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모든 정치인들의 롤모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한국 민주주의지만 세계를 선도하는 민주주의가 우리 한반도에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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