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2014년 4월 15일 이날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사회적 사건으로 남을 일이 벌어진 날이다. 바로 세월호 침몰이 있었던 날이다. 사건발생이야 15일 밤 즉 16일이지만 이날은 필자와 지인들 몇 명이 중국여행을 떠나던 날이다.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우리 배와 세월호(단원고생들이 탔던 배)가 한 100여m를 두고 서로 손을 흔들며 환호했던 날이다.

12시간의 항해 끝에 중국 청도에 도착했을 때 우리들은 배 안의 TV에서 세월호 침몰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이 여행은 필자가 집사람을 아주 먼먼 하늘나라로 여행을 보낸 직후 울적한 나날을 보내다가 지인들과 동참해 떠나게 된 날이다. 올해는 그로부터 만3년째 되는 날이다. 옛 가례로 보면 대소상을 다 보낸 해라고 하겠다.

인륜지대사에서 가장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 첫째가 배우자를 잃은 것이고 두 번째가 자식을 잃는 일 세 번째가 부모를 여의는 일이라 했는데(유교적으로는 부모가 첫 번째라고 함) 필자의 경우 부모님은 청장년 때 보내드리고 집사람은 50년을 해로하다가 그의 나이 70세에 가게 했으니 두 가지의 불행을 이미 겪은 셈이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행복한 삶이냐고 어느 노스님께 여쭸더니 그 스님 말씀이 “순서대로 살다가는 게 제일”이라고 했다. 또 부부간에는 남자가 아내의 무릎에서 죽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필자는 불행한 편에 속한다고 하겠다.

어쨌든 세월은 가고 망자는 점점 잊혀져간다. 이것이 인간사이다. 인간은 태어나면 희노애락하다가 죽는다. 생명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가 않다. 언젠가는 가는 것이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다 해도 이 세상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는가보다.

사람이 성인이 되면 보통은 혼인을 하게 된다(성직자나 독신자는 그렇지도 않지만). 그 혼인이 교제(연애)든 중매든 간에 남녀가 만나서 제2의 인생을 맞게 된다. 혼인생활은 생각했던 것처럼 황홀하지도 않고 비참하지도 않다. 다만 혼자 살다가 두 사람이 한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동반하면서 산다. 신혼 초에는 몰라도 긴 여정을 살다보면 어쨌든 애정의 분쟁이 시작된다. 안 그렇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아무튼 의견충돌로 또는 성격 탓으로 서로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요즘 부쩍 많다.

사별이야 어쩔 수 없고 이혼과 재혼이 문제다. 청장년 때의 이혼이나 사별은 그래도 문제가 덜하지만 이순을 넘어 고희가 되면 또 다르다. 자녀들이야 다 성장해서 제집 살림들 하고 제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지만 혼자된 당사자(남,녀)들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그래도 여자는 덜하다고 하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혼자 산다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건강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정신적인 면과 주위의 시선 등등 아무래도 주눅이 드는 삶이 현실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필자의 주변에는 부부가 같이 살지만 혼자 사느니만 못하다고 늘 푸념하는 선후배와 지인들이 더러 있지 않은가. 한사람의 일상을 겉과 속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느낌이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말이다. 필자의 주변 지인 중에서도 재혼이 초혼보다 더 알뜰살뜰 사는 부부도 있다. 사별이 아니고 사정에 의한 재혼인데도 말이다. 그런가 하면 사별 후 두 서너 번 재혼했다가 이런저런 사유로 헤어진 후 네 번째 재혼을 아주 잘해서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지인도 있다. 어느 선배는 사별 후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을 하고는 아예 혼자 살고 있다.

무릇 현재 부부가 잘살고 있는(겉으로 보기에) 분들은 서로 이해와 존중 배려하며 역지사지 속에 더욱더 행복하게 사시길 바란다. 혼자 사는 분들은 여친이나 남친이라도 사귀면서 많이 남지 않은 이 세상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기면서 좋은 추억 되새기고 취미활동도 하고 자식들 보살핌 속에 보람 있는 여생 복 받으며 사시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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