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 작은 효소카페를 냈다가 가게에 들르는 여러 언니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한 언니가 2층의 상가를 비싼 값에 샀고, 세가 나가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임대가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주 오래 우정을 나누는 수학 학원 원장님과 마음으로 퍽 가까운 수학 선생님 두 사람을 연합시켜 작은 교습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생각을 모았다.

그러는 중에 지금 당장에 현금이 없는 B선생님과 수학원장님을 만나게 해주면서 약간의 시간이 부질없이 흘러갔다. 그러는 사이 상가 주인이었던 언니는 작은 언니와 나의 조언대로 가게 안의 피아노학원 방음벽을 뜯어내는 비용으로 230만 원을 쓰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다시 피아노학원 하겠다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고 그 계약이 먼저 성사되었다.

본의 아니게 비용이 발생한 상가주인 언니는 무척 화가 났고, 그 감정을 토로했다. 생각해보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나는 한 눈에 보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화가 난 그 언니의 마음을 달래줄 길은 없다. 다시 되돌릴 수도 바로잡을 길도 없다.

또 한 가지 사건이 더 있다. 어젯밤 계속해서 미묘하게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교수로 인해 아직도 불편한 마음 바로잡을 길이 없다. 한 시간에 20만 원짜리 수업에 들어오는 교수가 1시간 내내 비디오 영화를 보게 하고, 그 다음 시간에는 또 그 영화를 보고 난 감상으로 시를 써오게 하면서 내리 세 시간을 까먹는 행태가 무척 마뜩찮았다. 그런데 드디어 어제는 견딜 수 없는 수업 스킬에 극도로 화가 치밀었다.

시 창작 수업에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합평 수업을 하게 된다. 발표자가 시를 읽고 나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듣고 각자의 생각이나 의견을 평하고 난 후 교사가 개입할 수도 있고, 작가가 질문 등에 대해 작가의 변을 한 후 다시 교사의 전체 총평을 듣는 것이 일반적인 시 합평 수업이다.

그런데 문제의 이 교수는 작자가 시를 읽기가 무섭게 수업만 빨리 마칠 요량으로 교사 평이 먼저 튀어 나온다. 시를 깊이 있게 읽으려는 기본적인 의욕도 없이 읽히는 대로 자기 감정을 표현한다. “아 너무 좋군요. 병목샷이 뭔지도 모르지만 밀도가 있고 좋아요.”라든가 등단한 선배 시인의 시를 듣고 30초 후 “역시 시인의 시는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란다. 내 시를 듣더니 역시 30초 후에 “고사리란 시 어려운 시가 아니에요. 아주 쉽게 읽혀요.” 그러면서 미주알고주알 이다.

선배가 말하기를 상처입지 않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말을 안으로 삭이고 예를 다하면 언젠가 시단이나 문단에서 만났을 때 존중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선배의 그 충고가 더 참기 힘들었다. 아직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예의 두 가지 경우 처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들이다. 아직 해답을 구하지 못했고 이렇게 글로 쏟아냄으로써 마음의 진정을 구할 뿐이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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