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밤새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 눈을 뜨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오랜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일어나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 아들은 목동에 있는 탈모 전문 한의원에 가려고 준비 중일 것이다. 어제 밤늦게 외출에서 돌아온 아들이 딸 방에서 자고 있는 나를 지긋이 찾아왔다. 침대에 걸터앉더니, 내 등의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준다.

“엄마, 내일 한의원에 가면 약 한번만 더 지으면 안 될까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아무것도 없어서 거기에라도 의존할 수밖에 없네요.”한다. 애처롭다.

“엄마한테 그 말 하려고 등 주물러 주는 거야? 아들 그 말 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엄마가 요즘 돈 때문에 너무 힘들어 보여서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사실, 아들이 다니는 서울 목동의 “뿌리 한의원”은 해도 너무하기는 한다. 오늘 지을 약값이 자그마치 60만원이다, 도대체 무엇을 넣는지는 몰라도 다른 한약 값의 두 배 가량이다. 이번이 세 번째 약을 짓는 중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꼭꼭 약을 짓게 한다. 신용카드 3개월 할부로 짓고 있지만 어느새 빚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매 주 화요일마다 치료를 가는데 의사가 직접 약 3분정도 어떤 기계 장치에 환자를 눕혀 놓고, 발로 기계의 페달을 밟고 쿵쿵 몇 번 한 다음 자그마치 11만원을 요구한다. 한 달 치료비가 약값을 빼고도 50만원 가량 들고 약값을 포함하면 110만원 가량이 든다. 솔직히 너무 겁이 난다.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있는데, 카드대금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 너무 겁이 난다. 하지만 아들의 절망을 지켜볼 수 없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치료를 중단하지 않게 하고 있다. 다만 도대체 무슨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그 한의원의 폭리를 취하는 행태에 분노할 뿐이다. 하지만 나의 분노조차 드러낼 수 없다. 가뜩이나 가난한 엄마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도 못 펴는 아들에게 나의 감정을 들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탈모와 같은 난치성 질병을 앓는 환자의 절망을 무기삼아 거대 폭리를 취하려드는 의사와 병원에 불만이 많지만, 병원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다. 안 가면 그만이겠지만 어떤 다른 방법도 없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사실 탈모는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는 설이 많은데도 아들은 대학생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에게 늘 노출되어 곤혹을 치루는 중이다. 1학기 휴학을 했었지만 6개월 만에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다시 복학을 했고 군대도 면제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아들은 복학하여 기를 쓰고 열심히 공부하여 4과목 성적이 A+ 3과목, B+ 1과목 “4.06”이라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선물하였다. 이런 아들을 위해 뭔들 못해주겠는가 싶다. 그래서 돈, 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왜냐하면 아들은 나의 보석이니까. 빛나는 보석이 본인이 만든 스트레스가 아니라 외부적 환경에 의해 얻은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아 다 빠지고 또 엄마가 다시 만들어 준 나쁜 환경 때문에 쉬 머리칼이 나지도 않는데 그 고통을 어떻게 아이에게 떠넘기겠는가?

모든걸 감수하려 마음먹는다. 그 의사라도 믿지 않으면 치료는 더욱 더디어 질 것이고 아들의 절망과 수치심은 더 깊어질 것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나 또한 고통이다.

결론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아들을 돌보자.

그는 충분히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며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 중이다. 나는 엄마다. 이보다 더한 모든 고통을 대신이라도 짊어지고 가야 할 아들의 백그라운드이다.

아들이 기분 좋게 치료 다녀오도록 기쁘게 격려해줄 참이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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