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 마디로 실패했다. 당연히 지불 받아야 하는데도 ‘기한의 이익’의 손실의 피해자는 어머니가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힘들고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못 느껴서 정부 기관이나 대형 병원 등을 상대로 하는 다툼에 사람들이 쉽게 손을 든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내가 마지막 써 볼 방법은 각 기관의 인터넷 민원에 아우성 쳐보는 방법 하나밖에 없다.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들은 자기 일 외에는 그다지 큰 관심도 없을 터이다. 하지만 해 보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했다는 내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해 볼 것이다. 이번 일의 끝은 청와대 신문고이다.

지난 7월 27일 오랜 회복기를 지낸 후 어머니를 모시고 경희대학 병원에 갔다. 어머니의 수술을 집도하셨던 교수님을 만나 뵙고 원무과에 와서 “중증 환자 산정특례”등록을 했다. 당연히 등록 후 지난 5월 26일 응급실 통해 들어 와 5월 27일 CT촬영과 복부 MRI를 찍은 후 28일 수술을 했고, 30일 토요일 오전 퇴원을 종용 당했다. 그 후 6월 2일쯤 수술로 떼어 낸 담낭의 조직 정밀 검사의 결과가 나왔고, 담낭암 2기로 판정되었다. 그 결과를 확인하신 집도의 교수가 2차 수술을 권유하셨고 1차 수술 때의 고통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거듭하며 2차 수술을 보류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수술을 안 받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머니의 생각과 말씀을 가까이서 경청해보면 이제 “암”이 또 찾아온다 해도 나는 수술 안받을란다 하고 공공연히 뜻을 비치셨다.

그런데 병원에서 산정특례 등록을 했는데도, 검사비를 포함한 수술비에 특례 적용을 해주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서부터 길고 지루하고 오랜 싸움이 시작되었다. 등록한 7월27일부터 해 주겠다는 것이다. 산정특례 조항을 보니 보험회사 약관의 눈속임 글자처럼 아주 작은 포인트의 글자로 “확진 받은 날로부터 한 달 이내 등록해야 한다”라고 명기되어 있었다. 그 명기된 글자를 인식하지 못한 자의 잘못이라고 전가하고 있었다. 6월 9일에 보호자들끼리 모인 병원 면담 후, 교수께 내가 먼저 산정특례를 부탁한 후, 등록 서류를 준비 해 주셨고, 그 서류로 등록 절차를 밟으려는 나에게 병원 측 원무과에서 “당사자가 안계시면 등록해 드릴 수 없습니다.”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수술을 마치신 어머니를 어찌됐든 의사에게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크게 개의치 않고 그날의 등록을 뒷날로 미루었다. 그러던 중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 질환이 유행했고, 산부인과 질환과 동시 진료를 하셔야 했던 어머니는 월요일 오전만 진료하는 담낭 의를 동시에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어렵게 시간을 잡으려 하면 여름 휴가철이라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두 번 진료하는 의사가 2주째 휴가 중이었다. 그러다 한 달이 훌쩍 갔고 우리는 메르스가 잠잠해지면 가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원측의 사정과 메르스 전염병이라는 사태가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희대 병원측은 이 손해를 우리에게만 감수하란다. 건강보험 공단도 마찬가지다. 맞는 법령이 있니 없니 하면서 구제해 줄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 맞는 법령이 없으면 메르스 특별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맞지 않는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면서 오직 건강공단과 병원만을 보호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소비자를 깊이 생각했다면 보이면 보고 말면 더 다행이라는 식의 개미만한 글씨로 눈속임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누가 되었든 “한달 내 등록”이라는 무시무시한 조항을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병원 측은 공단의 심부름 차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한다. 일반 환자가 공단과 직접 부딪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면 도대체 의료소비자는 어디에 하소연을 한다는 말인가? 답답하다. 선거철이 아닌 평시의, 선심 행정 말고 진정한, 국민 사랑을 좀 느끼고 싶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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