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창작과 비평” 신인 문학상의 응모 마감일은 지난 5월 31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문학의 언저리를 떠나 본 적이 없어 왔지만, 어찌된 일이었는지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은 한 번도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에 응모한 적이 없었던 일이었다. 심지어 신춘문예 응모 시기가 언제인지도 몰라왔다. 그저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때 긁적인 수필 500여 편, 수필로 다 풀어내지 못한 진한 감정들을 어설프게 읊어냈던 시 100여 수. 나 살아온 울퉁불퉁한 삶과 주변인들의 삶을 다시 풀어낸 단편 소설 7편.

오랜 생업의 수단이었던 학원 생활은 육체와 정신을 지치게 했고, 그러는 사이 나의 문학은 늘 언저리만을 도는 형국이었다. 문학 자체에 대한 치열함과 도전이 없었다. 대학원에 간 첫 학기 길을 찾기 위해 무던히 헤매다가, 한 학기를 더 보내면서 문학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올 초 부터는 대학원에서 배우는 현대적 감각의 시 창작에 고전적이고 전통적이면서 오묘하고 심오한 진실을 찾아가는, 이른바 정통시를 가르치는 “오 세 영”교수님 슬하로 들어갔다. 격렬했던 감정들을 거둘 수 있게 도와주시고, 삶의 깊이와 인생의 진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시는 교수님의 가르침으로 최근 몇 편의 시를 건져냈다. 물론 발견은 좋았고, 표현도 좋아졌지만, 내가 생각해도 아, 이거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 무릎을 칠 정도는 아닌 고만고만한 작품 5편을 생성해 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쓸데없는 고집이라 여겨지는 3대 문예지로만 등단하겠다는 생각으로 창비의 공모에 시를 냈다. 지난 5월 29일 어머니 병실에서 간호를 도맡아야 했던 나는 원고 정리를 마저 하지 못했다. 병원마다 최근엔 동전을 넣고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다 되어 있다. 그래서 안심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니, “한글viewer”를 통해 읽을 수만 있지 한글을 칠 수도 없고 다른 곳의 원고를 복사해서 옮겨 올 수도 없었다. 2시간을 낑낑대다 포기하고 병실로 올라왔다. 그때 찰나적으로, 5일 동안 엄마 병실을 지키게 만드는 다른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 병실로 올라 온 나는 간호사실로 찾아가 A4용지 20장을 구걸했다. 볼펜으로 쓸 작정이었다. 가능하면 Hwp작성이지 의무조항은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말이다. 핸드폰을 뒤져 메일을 열어 그동안 모아 두었던 5편의 시를 새벽 3시까지 볼펜으로 작성했다. 경희대학 병원 흰 서류봉투를 얻어 원고를 넣고 단 잠을 잤다. 새벽 6시. 엄마의 기도와 배웅을 받으며 그들이 명시한 우체국 소인을 지키기 위해 30일 토요일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무인 우체국을 찾았다. 동대문 우체국에 도착하니 6시 56분,.....7시 5분이 지나도 문을 안 열어주자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걸어 채근했다. 왜냐면 8시 10분 남원 행 버스표를 센트럴 시티 터미널출발 행으로 끊어 두어서였다. 약속을 안 지키는 업무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정작 문을 열고 보니 금융은 7시부터 우편업무는 8시부터이다. 남원 가서 하자 생각하고 일단 터미널로 갔다가 버스 안에서 남원의 무인 우체국을 검색하니 효율성이 없어 몇 년 전에 모두 철회했다 한다. 남원에 내려오는 내내 투고만 생각했다. 반은 포기하고 편의점에 가서 우편 택배를 선택했다. 토요일 일요일을 다 보내고 월요일 근무시간에 창비 신인상 담당을 찾아 전화를 거니 받아주기로 했다. 정말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서 7월말 홈페이지 발표라는 그들의 말을 믿고 7월 28일부터 하루 열 차례 들어왔다. 드디어 어제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어 불편 사항을 낱낱이 얘기했다. 독자 또는 응모자 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안 지키느냐 최소한 발표가 늦어진다는 안내라도 남겨라! 예외적인 상황들에 대해서도 반드시 명시하라! 다행히 담당자가 최소한 겉으로는 수긍하는 듯했다. 두고 볼 일이다. 아쉽지 않은 쪽도 약속을 잘 지키는 Mind가 가장 절실한 시절이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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