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줄 가까운 나이가 되면, 가장 가까운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몇 다리 건너서 암환자, 심장병 환자, 당뇨 환자 등 각종 질병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측근이 된 사람이 치매 질환 등을 앓게 되거나 모순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심정적으로 고통 받게 되는 날이 많아진다. 사람이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지라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인간의 굴레, 삶의 고난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럴땐 타자와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내면과의 소통이 감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상대가 비난하고 나쁜 욕을 했을 때 되갚아 주거나 더 크게 돌려 주었다고 내가 이겼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그를 그 자리에 있게 하고’ 나는 그로 인해 지금의 내마음의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아주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본다.

요즈음 나는 귀농연습을 하고 있다. 시골의 노인들이 짓지 않는 농지를 임대해서 고사리나 도라지 미나리 등을 지어 보고 있다. 도회의 우리가 매일 겪어야 하는 사람과의 부딪힘 대신 흙이 내뿜는 진한 냄새에 더없이 마음이 맑아져 간다.

아무렇게나 덕지덕지 끼기 시작한 기미를 시작으로 희멀겋던 얼굴도 제법 까무잡잡 해지고 있다. 건강을 문의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찾아가 나의 고통으로 깊이 받아들이며 함께아파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고 있다.

귀농지에서 요즈음 우연히 알게 된 민족의학을 통해서 여러 선량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화학적 약제로 더 이상 케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행하는 자연요법을 공부하고 있다.

어떤 모순을 가지고 있나 냉정히 따져가며 자연치유 요법을 알아가고 있다.

나이 쉰이 되어가니 그동안 의심의 여지도 없이 믿고 따라왔던 과학이라 이름 불리워 왔던 현대 의학에 대해서도 한번쯤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 질병에 대한 대증요법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다.

수원에 사시는 친정어머니한테 가면 매일 하루 두 번 한 봉투에 5알 이상의 알약을 한꺼번에 삼키기 위해 고생하시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 약을 해독하기 위해 어머니의 간은 또 엄청난 활동을 해야 한다.

결국은 한 인간의 육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까지 당뇨와 고혈압 약으로 당과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현대의학의 화학약품은 생명 연장의 도구인지가 의문이다.

나이 쉰이 되면

격렬한 논쟁도 시들해진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겠지만 목청을 높여 나의 생각을 모두에게 관철시키려는 성취의지가 나는 확실히 줄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의 편안함, 그것을 즐기는 편이다.

또 좀 더 어렸을 때는 꽤 오래 토라져 있고 토라진 내마음을 어떻게든 위로 받으려는 앙탈이 있었다.

쉰 무렵이 되어가니 사람의 감정을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다 허망해서 그다지 거기에 애를 쓰지 않게 되었다.

어제부터 우리 아파트 앞 마당에 몇 몇 꽃들이 멍울을 팡 팡 터드리고 있다. 예쁘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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