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2학기에 들어 수강신청하면서 퍽 많이 고민을 했었다. 모든 교수님의 강의의 질에 차이가 나는 건 아니겠지만, 수업하는 skill이나 음색 제스처 이런 부수적인 것들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작년 학기 시 창작 수업을 처음 들을 때, 시 합평 시간이 되면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모두가 말을 아끼고 무거운 침묵이 강의실에 내려앉았다.

이번 학기 나는 시전공이면서도 시 창작 수업을 수강신청하지 않고 소설 창작을 신청했다.

소설 창작 첫 수업에 들어갔는데 수강생들의 구성원의 비중이 초심자들이 많고 수업 커리큘럼을 보니, 소설 이론이 많았다. 20여년 아이들 국어 수업하면서 마르고 닳도록 한 이론들이었다. 고심 끝에 시간표 변경 신청을 했다.

세 번째쯤 수업이 진행되었고, 나로서는 첫 수업인 날 강의실에 들어가서 나는 이번 수업에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인사말을 했다.

교수도 중요하고 수업을 함께 듣는 수강생도 중요한 거 같다. 서로의 최상의 발전을 위해서 아낌없이 조언하고 작품을 나누고 수많은 시와 시집을 읽겠다고 했다.

그리고 첫날부터 격정적으로 열심히 수업을 듣고 동기 동문들의 작품을 파헤쳐 분석했다.

내가 강하게 어필하고 사소한 맞춤법이나 비문을 찾아내고 작품의 흐름을 읽어내려고 노력하자 수업 분위기가 굉장히 살아났다.

바로 어제 나로서는 두 번째 수업이었다. 이번에는 교수가 읽어오라고 한 김기택 시집을 정성껏 다 읽어왔다. 시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 의문이 드는 것, 교수의 질문에 답할 것, 읽은 소감 등을 자세히 메모해 왔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뜨겁고 진지하게 그리고 최대한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나의 이런 태도가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뇌와 가슴을 자극하였고 순식간에 강의실은 훨씬 뜨거워지고 열띤 대화의 장이 열렸다.

시를 써 온 선배 동문 두 분의 시 발표가 있고 합평이 시작되자 이미 달구어진 강의실은 서로 자기의 생각을 말하려는 수강생들로 훨씬 뜨거워져 갔다.

젊은 시인이자 비평으로 박사 학위까지 있는 박 상수 교수는 우리들이 떠들어 댄 모든 이야기를 부드럽고 매끄럽게 혹은 강하고 거칠게 그러나 전체적으로 우아하게 갈무리를 탁월하게 해 주셨다. 우리의 수업의 질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었다.

내가 맘 먹었기 때문이었다. 점잖고 혹은 수줍은 동기들은 아마 작년과 똑같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수업으로 흘러가게 가만히 있었을 수도 있었다.

작년엔 첫 학기라 그리고 어려운 선배들이 한 강의실에 많아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나는 작년에도 올해도 두 번이나 등록금을 600만원 이상 학자금대출로 충당했다. 벌써 1200만원의 빚이 생긴 것이다. 나의 석사학위는 배에 기름끼 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같은 맥락의 것이 아닌 것이다.

나는 숨막히게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당위가 있는 것이다.한 타임 수업비용이 20만원이 넘는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상황인식을 한 것이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나 자신에게도 놀라운 발전이 따르고 발전을 위한 노력이 따르고 나를 둘러싼 내 주변에도 아주 좋은 영향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인가? 오랜만에 자기를 스스로 칭찬하는 글을 부끄럽게도 썼다.

조연재
서울 서초동 소재
조연재 국어 논술 교습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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