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었던가? 내가 운영하는 교습소 바로 옆에 북 카페가 입점해 들어왔다. 북 카페는 삼면이 창이어서, 가을이면 노랗게 혹은 빨갛게 물드는 단풍을 볼 수 있어 소위 말하는 View가 일품이었다. 북 카페는 20년 가까이 중국집을 운영했던 곳이었는데 새 주인이 1억 가량을 들여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멋진 인테리어로 단장을 했다. 그런데 왠일 일까? 2년의 계약만료기간이 되자 새 주인 여자는 그 가게를 내놓고 말았다. 그 여자는 지나치게 무뚝뚝한 여자였는데 손님을 끄는 게 아니라 내쫒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오가는 손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여자였다. 북 카페 여주인은 상가에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 흔히 말하는 시설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놓았다. 자기도 손님들한테 질려서 같은 업종 들어 올 때까지 못기다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가장 가깝게 지내던 옆 영어 교습소 원장한테 북 카페 자리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인테리어가 너무 멋진데다가 북 카페 인테리어가 우리 논술 교습소의 컨셉하고 들어맞아 더 돈을 들일 일이 없어서 였다. 그래서 구청에 문의를 해 보니 교육시설 인가가 절대로 날 수 없다고 했다. 몇 날 몇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차에 깜짝 놀랄 일을 당했다. 바로 옆 영어교습소 원장이 계약을 했다는 것이었다. 영어원장은 새로 얻은 사무실을 몰래 사용했다. 게다가 무자격자 외국인 영어 강사를 채용 하고, 10시 반 이후 수업 불가라는 교육청 방침도 아예 무시했다. 다른 여러 과목을 가르치기도 하고 교사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러는 행동거지를 지켜 본 옆 교습소와 학원 학부모 등이 이 사실을 교육청에 신고하게 되었다. 득달같이 찾아 온 형사권을 가진 교육청 직원들의 조사를 받고 5가지의 위법 사항이 모두 적발되어 영어원장은 벌금 350만원, 영업 정지 2개월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의 그녀와의 정리를 생각해서 안됐다고 걱정하는 체 했지만, 부당하든 불편하든 교육청이 지키라는 모든 법을 지키면서 헐벗고 있던 터라 속으로 고소했다. 한 이 삼일을 어깨가 축 쳐져서 다니는가 싶더니 어느 날 화색이 만면한 표정으로 구청 직원이 학원 인가를 내 주었다고 자랑을 하였다.

“아무도 못한다고 했죠?! 보세요. 난 했잖아요.!”

아주 득의만만이다. 사실 그 자리에 학원 인가 내겠다고 그 구청 직원에게 다녀 간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그 북 카페 원주인인 건물주도 사정하러 갔고 건물소장도 사정하러 다녀 온 ‘문제의 상가’였다.

“북 카페 건물주가 그러더라구요. 내가 해도 안되는데 세입자가 간다고 되겠나? 그러시길레 제가 인감 달라 했잖아요. 제가 집주인 할머니 인감 가지고 가서 했어요. 할머니까지 포기한 거 제가 해냈잖아요?! 역시 제 미모는 못해낼 게 없잖아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쓴 배추벌레를 씹은 기분이었지만

“대단한 걸,...”

그 한마디 외에는 더 할 말이 없었다. 학원인가가 나오면서 교육청에서 부과한 벌금형과 영업정지도 일시에 풀렸다. 이후 나는 그녀와 마주치면 속내를 감출 수 없어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지내오고 있다. 어제는 그 학원에 다니는 꼬맹이가 가슴에 한아름 선물을 끌어 안고 왔다. 아이들 유치하느라 선물을 풀고 있다.

아까는 분식집 내려갔더니 분식집 사장 언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녀를 칭찬한다. 선생님들 밥값으로 20만원을 선결제 했단다. 그녀는 돈으로 혹은 미모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조종하는 능숙한 현대인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대단한 성공을 편하게 볼 수 없는 나의 옹졸함에 깊이 좌절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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