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마음 뛰고 있었지’라는 가사의 노래를 아십니까? 골목길이나 길모퉁이 같은 말은 왠지 봄날의 아지랑이같이 아련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킵니다. <골목안 풍경>이라는 사진집의 저자인 사진작가 故 김기찬님은 우리나라의 골목길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니며 그곳에서 만난 꼬마들이 결혼을 해서 자녀를 둘 때까지 수십 년 동안 골목길의 풍경과 사람들을 찍은 분으로 유명하시지요. 산업화와 개발의 무지막지한 강풍 때문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기자기하며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던 골목길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복고풍 드라마나 영화를 찍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요행히 골목이 남아있는 동네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하늘높이 치솟은 빌딩이나 현대적인 감각의 모던한 건축물들이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눈만 뜨면 어디에고 널려 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요가 수련장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대형버스와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리는 8차선 도로, 2차선이지만 늘 사람들과 어깨를 스치며 가는 길, 그리고 도로에서 한 두 블럭 안으로 들어가 있는 주택가의 골목길.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면 그리고 시간이 좀 넉넉하면 어김없이 발걸음은 한적한 골목길로 이어집니다. 도로에서 불과 몇 미터 안 떨어진 길이지만 시끄러움과 번잡함의 차이는 상당합니다. 하도 자주 듣다보니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나 경적 소리를 소음으로 느끼지 않아서 그렇지 차도에서 울려대는 각종 소리들은 상당히 큰 소음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벗어나기가 그리 힘든 일은 아닙니다. 잠시 발길을 돌리면 되니까요. 차도에서 멀어져 골목길로 접어들면 일단 주택가 집들의 담장 너머로 보이는 나무나 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같은 때라면 키 큰 목련나무의 수많은 꽃망울들이 마치 비상할 준비를 하는 새들처럼 무리지어 일제히 하늘을 향해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담장에 널려있는 개나리들이 조금씩 노오란 꽃들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은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자아내므로 발걸음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쭉쭉 뻗은 대로는 시야에 모든 건물이 들어오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그곳까지 닿으려면 생각보다 꽤 걸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쉽게 지루하고 피곤해집니다.

오늘 수련장으로 가는 골목길을 걸으며 “요가 수련은 하루 24시간 중 이렇게 한적한 골목길을 걷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자기 전 까지 대부분은 시끄럽고 복잡한 차도 옆을 지나는 것처럼 정신없이 지내기 일쑤입니다. 그 시간 중에서 단 한 시간이라도 조용한 골목길을 걷듯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뒤죽박죽 온갖 잡생각과 고민 투성이 머릿속을 잠시나마 비우는 것. 그것이 바로 요가 수련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살을 빼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체형을 교정하기 위해 시작한 수련이 생각지도 않았던 마음의 안정과 삶의 활력까지 가져다주니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라고 하시는 분들은 요가의 골목길을 제대로 걷는 분들입니다.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는 대신 느릿느릿 여유를 가지고 호흡을 천천히 하며 걸으면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다가오기도 합니다. 요가 수련을 할 때 이런 마음가짐은 수련의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반드시 어떤 자세를 해야 한다든지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져야지 하는 마음은 오히려 요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며 성급하거나 강박적인 태도는 자신뿐 아니라 옆에서 같이 수련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요가는 남과 경쟁하는 스포츠가 아니므로 지금 이 순간 나의 몸 상태에 맞추어 수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만약 오늘 평소보다 피곤하다면 수련의 강도를 줄이고 대신 휴식이 되는 자세를 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아서 수련의 강도를 왕창 올리고 싶더라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급한 마음의 브레이크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화창한 봄날이 잠시 곁에 머물다 가버리더라도 여러분의 마음은 늘 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봄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요가의 골목길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방법 ◀
1.배를 대고 엎드립니다.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이마를 바닥에 댑니다.
2.숨을 내쉬면서 두 팔과 두 다리를 위로 들어올리며 시선도 손쪽으로 향합니다.
3.고르게 숨 쉬면서 할 수 있는 만큼 유지하다가 천천히 몸을 내려서 이완합니다. 서너 번 되풀이합니다.
▶ 효과 ◀
1.목에서 허리까지 척추 전체에 생동감을 주고 등이 구부정한 체형의 교정에 도움이 됩니다.
2.허리와 아랫배에 힘이 생겨 요통이나 과민성 대장 증세에 도움이 됩니다.
3.복부근육이 마사지되어 뱃살을 없애는 데도 좋습니다.
▶ 참고 ◀
허리나 목의 디스크 증상이 있으면 자기 몸 상태에 맞춰 강도를 낮춰서 합니다.

■ 사진 출처 및 참고한 책 _ 이연주, <척추가 바로 서면 성적이 오른다>, 홍익요가연구원, 2011
■ 글쓴이 _ 장영세 선생님은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며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스승 곁에 앉다>, <신나는 태극 어린이 요가(공저)>, <요가 무작정 따라하기>가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KBS 월간 비타민>에 요가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홍익요가협회(www.hongikyoga.org) 02-333-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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