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아침 시간은 참으로 평화롭습니다. 평소에 잘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클래식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들려옵니다. 일요일 오전에만 새들이 지저귀는 것도 아닌데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위가 평소보다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나다니는 차 소리, 1톤 트럭에서 물건을 사라며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 사람들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와 말 소리 등 늘 우리의 귀를 시끄럽게 하는 수많은 소리들이 잠시나마 숨을 죽이는 그 짧은 시간을 찾아내 즐기는 일요일 오전이 좋습니다.

적막하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새들이 제일 먼저 봄소식을 물고 옵니다. 충주에 있는 저희 연구원 아쉬람(연수원, Ashram)에서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알람시계를 대신합니다. 그래서 주말 아침의 게으른 늦잠은 불가능합니다. 동 트기 전부터 어서 일어나라고 새들이 입을 모아 깨우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고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 봄바람을 맞아들이며 새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넵니다. “다들, 잘 잤나?”

클래식 음악 라디오 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한 꼭지로 해설을 곁들인 협주곡을 들려주기도 하는데, 해설 전문가가 해주는 “이 오보에는 새소리를 표현한 것이고, 저 클라리넷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며...”라는 설명을 듣고 곡을 다시 들으면 정말 그렇게 들립니다. 악기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표현한 것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 소리들을 직접 듣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래서 연수원에서 열리는 요가 홀리데이나 명상 문화제에 참여하면 제1의 규칙이 ‘묵언, 침묵’입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입이나 머릿속 생각의 문을 닫고 자연의 소리, 자연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뜻입니다. 봄바람에 여린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 따스한 햇살이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 계곡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장수풍뎅이나 무당벌레가 잎사귀에 딱 달라붙어 슬슬 기어가는 소리 등등. 침묵은 문명과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점점 무뎌지고 퇴화되어가는 감각체계의 본능을 일깨워 자연을 바라보고 느끼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간이 자연임을 깨닫기를 바라는 기도이며 바람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도 하고 괴롭히기도 하는 문명의 소음에서 벗어나면 처음에는 “정말 좋다!”하며 감탄하다가도 사람들은 금세 지루하고 심심해합니다. 번잡함을 피해서 왔는데도 빨리 다시 그 정신없는 생활로 되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단 하루 심지어 한 시간도 못 견디고 핸드폰을 꺼내 검색과 트위터에 빠져들지요. 수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바닷가까지 찾아와 달랑 사진 몇 장 찍고는 위대한 자연이 바로 자기 곁에 있는데도 “나, 여기 왔노라”하며 페이스북에 올리기 바쁩니다. 천 년이 넘는 광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아직도 건재한 삼국시대의 유물들 앞에서도 사진만 찍고 얼른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일쑤이지요. 오랜 세월동안 한 자리에서 건물과 탑을 떠받치고 있는 돌들과 그 사이에 낀 이끼를 바라보며 유구한 역사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잠시의 여유도 가지지 못하고 컴퓨터와 핸드폰속의 인공적인 세상에 눈과 귀를 집중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평범한 우리들의 어리석은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은 작은 우주라고 합니다. 요가 수련을 하는 것은 이 작은 우주의 진리를 찾으려는 성실한 노력입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산속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는 세상에서 가능한 실천을 해보려는 시도가 바로 요가 수련입니다. 한 두 시간이라도 핸드폰과 컴퓨터를 끄고 호흡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의식을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사람이 자연이고 우주라는 진리를 참구하는 노력. 시간이 없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수련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생기며 복잡하던 생각이 단순해지는 효과가 저절로 따라옵니다. 여기저기 이따금씩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나 견비통, 요통이 잦아들며 발상의 전환이나 창의적인 생각이 전보다 쉬워지는 신기한 경험도 합니다. 굳이 어떤 자세들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없더라도 매일의 수련이 나를 조금씩 달라지게 하고 변화시킵니다. 그리고 없던 목표가 수련을 하며 생기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발자국 앞으로 진보할 수 있습니다.

선거철이지요. 사방이 곧 시끄러워지겠네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휘둘리지 말고 자연이 전해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재발견하는 화창한 봄을 맞으시기를 바랍니다.

▶ 참고 ◀ 직장이나 학교에서 쉬는 시간 틈틈이 하면 더 좋습니다.
▶ 방법 ◀
1.두 발을 똑바로 붙여 산 자세를 합니다.(지난 호에 소개한 자세)
2.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손바닥이 정면을 향하게 합니다.
3.숨을 내쉬면서 발바닥에서 손가락 끝까지 힘을 주어 뻗어 올립니다. 이 때 두 팔꿈치가 귀 옆을 스쳐 지나가게 합니다.
4.고르게 숨을 쉬며 내쉴 때마다 위 아래로 쭉쭉 늘이기를 서너 번 이상 되풀이합니다.
5.팔꿈치를 구부려서 천천히 팔을 내립니다.
▶ 효과 ◀
1.척추 사이사이를 늘여서 척추의 배열을 바르게 하고 유연하게 합니다.
2.몸 전체에 쌓인 피로를 없애고 기운을 되살립니다.
3.척추가 옆으로 휘거나 등이 굽은 체형을 교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세입니다.

■ 사진 출처 및 참고한 책 _ 이연주, <척추가 바로 서면 성적이 오른다>, 홍익요가연구원, 2011

■ 글쓴이 _ 장영세 선생님은 현재 사단법인 홍익요가협회 부회장으로 계시며 연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후, 신촌 연세의료원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저서로는 <스승 곁에 앉다>, <신나는 태극 어린이 요가(공저)>, <요가 무작정 따라하기>가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KBS 월간 비타민>에 요가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홍익요가협회(www.hongikyoga.org) 02-333-2350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