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새 낙엽이 다 떨어진 가로수를 볼 수 있고 떨어진 낙엽은 약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날린다.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이 있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권력자도 약자도 모두 똑같고 지난 달에는 세계의 부자 스티브 잡스도 사망하였다.

며칠 전 노인의 날을 맞아 도시산림공원 토리 숲에서 홍천읍내 경로잔치가 있었다. 800여만 원이 넘는 군비보조와 자체협찬 등 많은 예산을 들여 성대히 치룬 그야말로 노인들의 잔치였다. 천여 명이 넘는 남녀 홍천읍내 노인들은 동네별로 마을별로 노인정별로 서로를 만나 안부를 묻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날이었다.

그런데 모든 행사가 주최와 주관 측의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즉 단상단하의 좌석이 구분되서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무대가 마련된 단상에는 홍천읍은 물론이고 관내의 기관장과 내놓으라 하는 젊은 유지급들이 앉았고 단하의 자리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땡볕에 앉아 행사의 엑스트라 역을 하는 기분이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젊은이(막내자식이나 손자뻘)가 단상에 의젓하게 앉아서 손님을 대하는 격이다. 몇 년 전에 행사의 번거로움을 덜고 의전의 약식을 위해 단상배치를 생략하던 것이 요즈음 슬며시 다시 고개를 들더니 근자의 행사에는 옛 구시대의 권위의식 행사진행 그대로 돌아간 것이다. 노인우대는 구호에만 그치는 것 같다.

지난여름 홍천군민의 날 행사때만 해도 그랬다. 홍천공설운동장에서 있었던 행사인데 오후 4시에 필자가 행사장을 찾았을 때 운동장 입구의 자원봉사 안내자들이 노인과 일반 참여자는 동남쪽 뙤약볕에 앉게 하고 그늘이 있는 서쪽과 북쪽에는 학생과 군인들, 공무원들이 주로 앉도록 했다. 늦여름 오후 기온이 한껏 오른 땡볕에서 비행기의 곡예비행을 보고 급히 왔으나 마음 한구석이 대단히 씁쓸한 기분이었다.
인구의 노령화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노인에 대한 대우도 놀랄 만큼 발전하고 있다. 이왕 노인을 위한 행사라면 노인의 입장에서 행사를 치러줬으면 하는 것이 많은 노인들의 바람이다.  

강정식 시인, 전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민간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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