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의 남편 B는 횡단보도에서 C의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A는 B의 채무가 많아 채권자들이 보험금에 대하여 가압류 등 법적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많고, 그 손해배상금을 빨리 받지 않으면 어린 자녀들을 부양할 대책이 없어 A는 사고 후 3일 만에 가해차량 보험회사인 D회사가 제시하는 금액에 급하게 합의를 하였으나, 그 후 너무 적은 금액에 합의를 한 것 같아 위 합의를 번복하고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A. A가 D 보험회사와 한 합의는 그 성질상 「민법」상의 화해계약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화해는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간의 분쟁을 종지(終止)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으로서(민법 제731조), 화해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습니다(같은 법 제732조, 화해의 창설적 효력). 그러므로 ‘화해의 창설적 효력’으로 인하여 화해(합의)의 내용에 따라야 함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화해계약도 법률행위이므로 법률행위의 무효·취소·해제 등 법률행위에 관한 통칙적 규정이 모두 적용됩니다. 다만,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하지만, 화해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착오로 인한 취소도 가능합니다(같은 법 제733조).
   한편 「민법」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窮迫),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라고 하여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 및 판단기준에 관하여 판례는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給付)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위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하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면 불공정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다34061 판결).
   그런데 판례 사안과 유사한 사례에서“교통사고로 스포츠용품 대리점과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피해자가 사망한 후 망인의 채권자들이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업주부로 가사를 전담하던 망인의 처가 망인의 사망 후 5일만에 친지와 보험회사 담당자의 권유에 따라 보험회사와 사이에 보험약관상 인정되는 최소금액의 손해배상금만을 받기로 하고 부제소(不提訴)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그렇다면 A도 위 판례에 비추어 A의 궁박을 이용한 D 보험회사와의 위 합의의 무효를 주장해보는 것도 가능할 듯 합니다.
변호사 안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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