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환피(合歡皮)는 자귀나무의 수피로써 이 나무는 특이하게 밤이 되면 꽃잎이 서로 맞붙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부부가 동침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는 의미에서 시작하여 사랑을 느끼게 하는 나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나무를 야합수(夜合樹) 또는 유정수(有情樹)라고도 불리는데 합환피라는 이름 역시 서로 합하여 기쁨을 느낀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 나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의미와 약효를 지닌 자귀나무를 예전에 뜰에 심어두기도 하였는데 그 이유는 가족이 화목해지고 부부금실이 좋아진다고 하는 속설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도자들 역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을 지닌 자귀나무를 즐겨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자귀나무의 의미를 해석한 것이라면 좀 더 객관적인 근거를 찾기 위해 동의보감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정신과 의지를 안정시키며 마음을 즐겁게 하고 걱정이 없도록 한다…… 합환(合歡)이 분노를 삭인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뜰에 이 나무를 심으면 분노가 없어진다.』
   단순히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억울한 일을 당하여 생긴 분노까지 다스릴 수 있다고 하니 신경정신과 계통의 약초 중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숨겨져있던 약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살다 보면 많은 사람과 부딪치게 되어 사람에 의해서 상처를 입기도 하고 또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생긴 분노를 스스로 삭이지 못하고 늘 가슴에 묻어두어 자신이 더 괴롭게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에 자귀나무는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합환피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자귀나무의 잎이나 꽃을 말려두었다가 차로 마시는 것도 유익할 것입니다.
   합환피를 약으로 쓸 때에는 그냥 바로 쓰는 것이 아니라 물에 한 5일 정도 담가 두었다가 꺼내어 햇볕에 말려서 써야 합니다.
대개의 약초들이 물에 담가두면 약성분이 물 밖으로 빠져나와 약효가 떨어지는 것에 반해 합환피는 오히려 물에 담가두면 약성이 증대가 됩니다. 또한 대개의 약초들이 그늘에 말리는데 햇볕에 말리는 것 역시 합환피의 특이한 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초들을 약으로 쓸 때에는 주로 달여서 쓰게 되는데 합환피 역시 달여서 쓸 수도 있지만 가루를 내어 쓰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다만 자귀나무의 약성이 순해서 장기복용을 해야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 합환피가 빠른 효과를 원하는 실제임상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것 같으며 합환피는 처방 속에서 존재할 때보다 오히려 합환피 하나만을 쓰는 단방으로 쓰일 때 어떤 다른 약보다 우수한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합환피 하나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여러 민간요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합환피의 또 다른 중요한 효능으로는 타박상이나 골절에 효과가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타박상을 입거나 삐었거나 혹은 골절상을 입어 환부에 어혈이 생겼을 때 합환피 달인 물을 먹게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마셔도 치료가 되지만 외용으로 합환피 가루 낸 것을 참기름과 섞은 후 개어 환부에 붙이면 신통하게 잘 낫게 됩니다.
   이 방법은 꼭 타박상이 아니더라도 습진이나 종기 등 각종 피부질환에도 효능이 좋습니다.
   심지어는 상처가 곪아서 잘 낫지 않을 때에도 합환피 가루 낸 것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합환피는 근력강화에 효능이 좋습니다. 보통 노인 분들이 관절에 통증을 많이 느끼는데 이것은 단순히 관절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절을 싸고 있는 근육에 문제가 더 많은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허리디스크인데 합환피 가루 낸 것을 아주 오랜 기간 장기복용을 하면 근력을 강화시켜 관절의 통증을 완화시켜줍니다. 심지어 아무리 노인이라도 다리의 근력이 좋아져 험한 산을 올라가도 힘이 들지 않고 숨이 차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복용방법은 하루 3번 합환피 가루를 한 수저씩 식후에 복용하는 것으로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성질이 순하므로 끊기 있게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점점 사람의 정이 없어지는 경쟁만이 존재하는 삭막한 지금의 세상에서 자귀나무의 꽃향 가득한 차를 음미한다면 충분히 마음의 안식처가 되줄 것입니다.
오병춘 봄한약국 한약사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