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자(牽牛子)는 나팔꽃의 종자입니다. 봄에 나팔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아담하고 예쁘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나팔꽃의 씨는 무시무시한 약입니다.
견우자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도 전야인(田野人)이라는 사람이 이 약의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을 보고 소를 끌고 와서(牽牛) 이 약으로 바꾸어 간 일이 있었다고 하여 이름을 견우라 하였던 것입니다.
또 다른 유래로는 1596년에 중병에 걸린 왕을 나팔꽃 씨앗으로 치료한 후 사례로 소를 받아갔다고 하여 견우자라고 불리었다고도 합니다.
이 유래라는 것이 증명할 길이 없기에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과거에는 지금보다 소가 더 귀한 대접을 받았던 시절이라 소를 비교한 것은 그만큼 우수한 효과를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대접받을 만한 견우자가 뛰어난 효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어떠한 중대질환에 강한 효과를 내어 치료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벼운 질환에는 그다지 쓸 일이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견우자는 감초나 당귀와 같은 약처럼 자주 쓰여지는 것이 아니고 위급한 상태이거나 아니면 다른 약으로 치료가 힘든 상황에 이르렀을 때 치료하는 약으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대질환이나 위급한 질환이라 하면 실제로는 대형병원에 가서 치료하지 한방치료를 받는 경우는 흔치가 않으므로 좋은 약임에도 불구하고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견우자는 사하(瀉下)시키는 작용이 아주 우수한 약입니다. 즉, 아래로 밀쳐내는 성질이 아주 강하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변이 막혔을 때 대변을 나오게 하고, 소변이 잘 안 나올 때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게끔 합니다.
통변작용이 우수하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하여 이 견우자를 변비약의 범주에도 이뇨약의 범주에도 넣지는 않습니다.
성질이 워낙 강한 약이라 변비약계통이나 이뇨약계통에 잘못 넣었다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이 무슨 얘긴가 하면 단순히 변비치료나 이뇨를 위해 쓰여지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큰 병에 걸려 빨리 통변을 시켜야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다 할 때 이 견우자로 무리를 하더라도 아주 강력하게 대변이나 소변을 빼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뱃속에 뭔가가 있는 것 같고 동시에 배가 너무 불러 아주 답답해 할 때 이 병을 씻어낸다는 의미로 견우자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대소변으로 막 쏟아져 나오면 사기(邪氣. 나쁜 기운)를 쫓아내고 내장을 청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질병의 원인을 제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민간에서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몸이 시원치 않으면 일부러 설사를 시키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초를 먹곤 하였다고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간경화로 배에 복수가 꽉 차있어 매우 답답하고 통증이 매우 심할 때 아주 빨리 복수를 빼야하는 위급한 상황에 다른 약으로는 빠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경우에 견우자를 쓰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신장염이나 늑막염에도 쓰일 수가 있는데 물론 이와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약은 한방이든 양방이든 많이 있지만 신속히 효과를 내야 할 경우에 또한 견우자를 쓰는 것입니다.
이 견우자는 효력이 강하고 신속하다 보니 깨고 내려가는 성질 또한 강한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음식에 체해 꽉 막혀서 어떠한 소화제를 먹어도 안 될 때에는 흑축이 들어간 약을 써야 막혀있던 음식을 깨고서 밑으로 내려가게 뚫어주어 원래대로 속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이 대표적인 약이 바로 소체환(消滯丸)이라는 약입니다.
그리고 각기(脚氣)라 하여 다리에 물이 차서 너무 부어 손으로 눌러보면 푹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아주 심하다 할 때에도 역시 견우자를 쓰면 다리에 차 있던 물이 빠지게 됩니다.
견우자는 이와 같이 강한 효과를 필요로 할 때에 그냥 쓰기도 하지만 강한 효능이 염려되는 경우에는 그 성질을 약간 죽이기 위해 볶아서 쓰거나 쪄서 쓰기도 합니다.
견우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흑색을 띠는 흑축(黑丑)과 황토색을 띠는 백축(白丑)이 있습니다.
이 두 약의 효능은 거의 비슷하나 단지 성질이 흑축은 빠르며 백축은 조금 느릴 뿐입니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나팔꽃의 종자만을 약으로 쓰고 있지만 민간요법으로는 다른 부위를 쓸 수 있습니다. 민간요법에 의하면 나팔꽃의 잎 5~6개 정도를 짓이겨 즙을 짜내어 벌레 물린데 바르면 효과가 있다고 하며 나팔꽃의 뿌리를 말려두었다가 겨울철에 동상이 걸렸을 때 끓여서 환부를 씻어주거나 담가두면 치료가 된다고 합니다.
모든 사물은 너무 흔하면 무심코 지나가게 되고 또한 그 귀함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도 자신의 귀함을 쉽게 들키고 싶지 않은 또 다른 뜻이 숨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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