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었던가? 내가 운영하는 교습소 바로 옆에 북 카페가 입점해 들어왔다. 북 카페는 삼면이 창이어서, 가을이면 노랗게 혹은 빨갛게 물드는 단풍을 볼 수 있어 소위 말하는 View가 일품이었다. 북 카페는 20년 가까이 중국집을 운영했던 곳이었는데 새 주인이 1억 가량을 들여서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멋진 인테리어로 단장을 했다. 그런데 왠일 일까? 2
안방 침대에 누워 테라스 창으로 시선을 돌리면 키가 큰 나무 한그루 서 있다. 나무는 유난히 키가 커서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린다. 간밤 내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쏴~쏴~ 울어대더니 오늘 아침 포도송이 같은 하얀 꽃잎을 피워 올렸다. 관악산 자락 숲 속 숨어 있는 꽃들이 터뜨리는 은은한 꽃향기가 아파트 정원으로 스며드는 월요일 오전이다.지친 몸의 복원력이
살아가는 걸음걸음,......삶의 앞길에서 만나는 일들은 때로는 가슴에 불을 댕기고 때로는 제 가슴을 두 주먹으로 둥둥쳐도 답답함을 털어낼 수 없이 막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한 주 동안 아니 한 주가 훨씬 넘게 지독한 뇌폐색증에 걸린 거처럼 아무일도 할 수 없는 공허한 시간들이 흘러갔습니다.괴로움이 저의 팔을 성난 형사처럼 뒤에서 결박한 채 좀체 풀어주지
대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엄마이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TV 앞에 앉아 세월 호 침몰 관련 방송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식을 잃은 어미들의 애간장은 천 갈래 만 갈래 찢기어 숟갈도 못 들고 밥을 물린다는 소식을 듣는다. 희생자가 너무 많아 실종자 가족이 진도 체육관에 머무르며 잠도 이루지 않고 밥도 먹지 못하고 다만 애타게 가족들 생환을 7
어제는 소담스럽게 피어 정원의 안방 마님 같던 목련이 오늘은 지고 있다. 그가 자신의 몸아래 떨어뜨려놓은 뒤끝이 어지럽다. 흑갈색으로 변질된 새의 시체 같은 꽃잎들이 초록의 잔디위에 어쩐지 슬픈듯하게 누워 있다. 산 아래 까지 서둘러 내려 온 안개가 주차장에 세워 둔 차들 등위에 올라 앉아 보랏빛으로 내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이런 날이면 영국출신 여가수
아직 이른 시간일거라고 잠 속에서 느끼는 아침 무렵, 유선 전화랑 손전화기가 수도 없이 울렸다. 깊은 잠속에서 어렴풋이 벨소리를 들으며 쉬 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큰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자는 언니의 전화였다.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니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천안을 지날 무렵,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공주를 지날 무렵엔 이내 함박눈으로 변해 엄지손톱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