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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어제 서울은 꽤 춥다. 오랜만에 날씨가 제 계절을 찾았다.오늘 아침 아들을 위해 맛있는 카레라이스를 만들고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낯선 쇼핑 봉투가 있어서 확인 차 내려서 봤다. 거기엔 딸의 이름과 코 성형수술 처방전과 약봉지가 여러 개 있었다. 이어서 눈 수술 설명서도 있다. 연달아 눈까지 손 볼 심산인가 보다. 이러다 가슴까지 키운다고 할까봐 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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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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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도 이제 1주일밖에 남지 않았군요. 이번 주는 크리스마스가 끼어있는 주라 주초부터 벌써 설렙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은 아쉬운 인사를 드려야 하는군요. 다음 해에는 소설을 쓸 계획과 대학원 공부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 같아서 홍천신문에 올리던 수필을 잠깐 쉬어야 할 거 같습니다. 처음 긴 수필을 올리던 날의 벅찬 흥분감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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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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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18평 임대 아파트에 산다. 방이 2개이고 좁은 주방이 1개, 베란다가 1개 딸린 집이다. 대학교 3학년인 아들, 대학교 1학년인 딸, 대학원생인 나.우리는 책도 많고 옷도 많다. 베란다 천장에 붙은 빨래건조대에 빨래를 널어놓으면 세탁기 오가는 길이 꽉 막힌다. 때론 빨래에 눈이, 아니 얼굴이 가려 넘어질 때도 많다.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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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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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메이저 신문사의 응모마감일은 지나갔고 지방 신문사를 비롯해 중앙 일간지 몇 군데의 마감일이 남아 있긴 하다. 삶이니 문학이니 거창한 명제들을 끄집어내고 보니, 지금껏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문학이다’ 라고 스스로 평가해 왔다는 결론이 선다. 신춘문예의 계절이 돌아오면 절로 혼자 설렜던 적이 많았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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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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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작은 효소카페를 냈다가 가게에 들르는 여러 언니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한 언니가 2층의 상가를 비싼 값에 샀고, 세가 나가지 않아 신경이 쓰인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나는 하루라도 빨리 임대가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주 오래 우정을 나누는 수학 학원 원장님과 마음으로 퍽 가까운 수학 선생님 두 사람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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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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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세미나의 연자를 자청하여 24일 발표가 계획되었다. 참 욕심 많은 선택이었다. 문예창작 대표가 물어왔을 때 재고의 이론도 없이 재깍 대답했다. 아 그 이후 겪게 된 환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대답을 한 이후 어떻게 글을 펼쳐나갈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약 3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의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문제로 상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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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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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강아지가 얼굴을 핥고, 배 위로 뛰어올라 잠이 깼습니다. 웬 강아지냐구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다시는 애완견과 인연을 맺지 않거나, 적어도 집에는 들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 강아지로 말할 것 같으면 딸아이 친구의 강아지입니다.그 친구의 강아지가 어떻게 우리 집으로 흘러들었냐? 사연이 있습니다. 딸 친구의 어머니는 무척 성격이 예민했었나 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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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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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지리산에 가려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남원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5시 56분. 화장실에 다녀와도 되겠느냐고 검표원께 여쭌 후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이 59분. 키가 크고 골격이 큰 여승 한 분이 허겁지겁 오셨습니다. 그분은 “화장실 다녀와야 겠다”는 혼잣말을 하시고 뛰어가셨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허둥대는 모습이 여태껏 보아온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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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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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31일 이틀 동안 우리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는 지방의 성대한 문학제에 참석했습니다.미당 서정주 시인은 1980년대까지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국화옆에서’로 너무나 유명한 시인이지요. 그는 시인으로서는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는 친일,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시대에는 권력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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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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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카페를 문 연 뒤로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왔다. 학교생활도 겨우 유지하고, 매주 수요일에 가는 유심 시 창작 수업도 한 달 내내 못가고 말았다. 급기야 존경하는 은사님이 다니러 오셨다. 그 마음의 깊이에 얼마나 기쁘고 설레던지!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스승님의 무한한 배려와 사랑에 무한 에너지가 솟았다. 그런데 요즘 나는 걸핏하면 넘어지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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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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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뜰 효소카페를 내니 전국의 산을 헤집고 다니시며 약초뿌리를 캐 오셔서 술과 효소만 20년 이상 담근 분이 계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시간을 내어 그분을 뵈러 갔다. 그분이 가지고 있으신 발효액 중에 오래되고 좋은 게 있으면 가져다 팔아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찾아 나섰다.막상 노인을 만나보니 상황은 급반전이었다. 그분이 거처하는 곳으로 가는 길 곳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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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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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인연일까요? 인생이란 참 묘해요. 저는 밤 10시 반 이후에 교대역을 지나가는 일은 2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에요. 어제는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언니가 택시 타고 오라는 말을 슬쩍 어겼어요. 그리고 교대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려고 계단을 오르려 하는데 60을 갓 넘겼을 성싶은 여인이 찬 바닥에 앉아 졸고 있습니다. 여인의 발밑에는 노랑 병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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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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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넘기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시월은 아침저녁의 찬 기운으로 발밑의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날씨가 계속됩니다. 날씨가 이러니 대학생이 된 제 딸 고등학생 때처럼 또다시 극성입니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고, 과 아이들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조용히 휴학을 권해봅니다. 펄펄 뛰다가 은근히 휴학을 원하는 심사를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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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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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한 중간, 드디어 서초동의 오래된 상가 1층에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벽 한 면이 환한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예쁜 효소 카페. 쉰을 넘기고도 처녀 같은 몸매를 지닌 아름다운 중년 언니들이 줄을 잇고 들어섭니다. 햇살이 테이블 위에 머무르고 와인 글래스에 산머루 발효액을 야금야금 마시며 언니들은 소녀가 된 듯 까르르 웃으며 단란한 시간을 가집니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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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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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실리는 수요일 아침이면 저는 새 사업의 오너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긴 세월을, 한번 발을 담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매달려 살았습니다. 1992년 9월 1일 첫 발을 디딘 지 어언 23년이 지나서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하고는 성질이 전혀 다른 새 일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1년 반 동안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사람의 몸에 좋은 음식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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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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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물든 가을 단풍이봄꽃보다 더 아름답다는말은 재고되어야 한다떨어진 봄꽃은 빗자루에 쓸리지만떨어진 단풍은 책갈피에 끼인다고 어떻게 황혼이 청춘보다 아름다울까청춘은 야망이고황혼은 노망이라면서가을비가 한 번 지날 때 마다이겨낼 수 없는 추위에 소멸해 가는 것이황혼이라면서어떻게 황혼이 청춘을 이긴다할까< “황혼” . 조 연재 >서울은 토요일부터 조석 기온은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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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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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여름 숲은 무척 소란해요. 예의 진도견 두 마리를 데리고 큰 절에서 작은 암자로 난 숲길을 걸었어요. 사방에서 토도독 토도독 작은 탄성 같은 소리들이 나서 궁금했어요. 가던 발걸음 멈추고 소리의 정체에 몰입했지요. 아 그것은 물방울의 비명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갑자기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쏟아졌는데요, 글쎄 밤새 잎새에 머무르다 쨍한 아침햇살에 몇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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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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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 밤새 바람이 불더니 아침에 눈을 뜨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오랜 탈모로 고생하고 있는 아들이 일어나 꾸물꾸물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마 아들은 목동에 있는 탈모 전문 한의원에 가려고 준비 중일 것이다. 어제 밤늦게 외출에서 돌아온 아들이 딸 방에서 자고 있는 나를 지긋이 찾아왔다. 침대에 걸터앉더니, 내 등의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준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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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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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마디로 실패했다. 당연히 지불 받아야 하는데도 ‘기한의 이익’의 손실의 피해자는 어머니가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힘들고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못 느껴서 정부 기관이나 대형 병원 등을 상대로 하는 다툼에 사람들이 쉽게 손을 든다는 것을 알았다.이제 내가 마지막 써 볼 방법은 각 기관의 인터넷 민원에 아우성 쳐보는 방법 하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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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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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도 어느새 3분의 1이 지나가면서 불면에 시달리게 만들던 더위가 한풀 꺾이는 중이다. 한낮에 도심의 도로를 걷노라면 살갗이 불에 덴 거처럼 따갑다. 그렇게 그악스럽던 날씨가 어느새 한풀 팍하고 꺾일 때면, 세월과 시간과 강물이라는, 흐르는 것들에 대한 서러움이 목에 차오른다.나는 가끔 나에게 닥치는 이 지독한 외로움을 이겨내는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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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2 09:46